[ 넓히는 건 평소에, 좁히는 건 그때그때 ]
01. 어제 친한 지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좁히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넓히는 건 다른 문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띵하고 맞은 것 같더군요. 사실 기획이란 범위와 구조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툭툭 던지는 업무를 할 때 역시 결국 어디서 어디까지 넓혀보고 어디부터 어떻게 좁혀갈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죠. 02. 그래서 저는 이 말을 하나 더 덧붙이고 싶어졌습니다. '넓히는 건 평소에, 좁히는 건 그때그때'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면 늘 서로 '리프레시'를 강조합니다. 업무 특성상 퇴근 후든 주말이든 그동안 쌓인 것을 좀 덜어내거나 비워내고 새로운 생각을 수혈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웃프게도 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그 수혈의 순간이 마냥 노는 시간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절대 일 생각하지 말아야지!'라는 각오로 놀러나갔다가도 '오! 이거 지금 하는 일에 써먹을 수도 있겠구만'하는 생각이 먼저 스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03. 그러니 일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순간은 어쩌면 '확장'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일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나면 무한히 커지는 그 시야가 우리를 새로운 생각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죠. 그게 어떤 장소일지, 어떤 컨텐츠일지, 어떤 사람일지, 어떤 포인트일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신 '아 내가 저기까지 한번 가봤다'는 그 경험 자체가 주는 단단함이 훨씬 더 소중한 것이겠죠. 04. 예전에 책을 읽다 이런 구절을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먼 곳에서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우리 일상에 조금씩 끼워 넣기 위함이라는 말이었죠. 즉 낯설고 생소하지만 신선하고 산뜻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일상이 훨씬 다채로워지고 넓어진다는 의미일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 시각이 일을 할 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05. 간혹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이런 주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각자 해볼 수 있는 방안들을 다 한 번 펼쳐놓고 생각을 확장해 봅시다'라고요.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주문이 말처럼 그리 만만한 게 아닙니다. 이쪽으로 넓혀보려고 하면 이게 발목을 잡는 것 같고, 저쪽으로 넓혀보려면 저게 발목을 잡는 것 같거든요. 마치 큰 나무와 내 몸을 줄로 묶은 다음 원하는 만큼 달려보라고 하는 상황과도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 반경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요. 06. 그러니 저런 주문을 받을 땐 당장 뭔가를 넓히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평소에 가졌던 생각들이나 관점들을 역으로 좁히며 다가가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에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본 그 경험의 끝자락에서 다시 거꾸로 내가 있는 곳을 향해 걸으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는 거죠. 저는 이게 확장과 집중을 가장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07.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평소에는 확장을, 필요할 때는 집중하는 삶을 잘 살고 계신가요? 혹시 이 질문에 고개가 갸우뚱 거려진다면 '넓히는 일상을 살며 좁혀가는 순간순간을 즐기는 방법'을 한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글의 초반에 말씀드렸듯이 좁히는 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넓히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여러분만의 페이스와 밸런스로 이 문제를 잘 풀어내실 수 있기를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