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이 없으려면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다 (원칙을 위한 인재밀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자율과 책임, 자잘한 규칙없이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행동하는 문화가 넷플릭스의 컬쳐덱으로 시작해서 큰 트렌드가 되었다. 물론 우리 회사도 그 중 하나였다. 레이달리오의 원칙과 넷플릭스의 규칙없음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모두가 원칙을 딱 지키는것이 가능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책에선 예외는 절대 없어야 한다! 같은 글도 있던데 어느 수준에서 하는 얘기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예외는 생기기 마련이다. 원칙이 재택이 아니라 출근이어도 여러 사정상 불가피한 재택을 하게될수 있고(재택 절대 안된다면 연차를 써야겠지만 그게 회사의 이득일까?) 기본이 고객만족을 위한 제품개발이어도 때론 회사 존속을 위한 기능을 만들수도 있다. 단, 그런 모든 상황에서 내가 정말 원칙을 지키지 못할 상황인지? 왜 그 선택을 해야하는지 스스로 열심히 질문해야 한다. 안그러면 원칙이 목적을 잃고 공허해지기때문에. 이처럼 규칙이 없으면 뭔가 자유로울것 같고 좋아 보이지만 사실 규칙없이 원칙을 기반으로 행동한다는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예를 들어 밥을 먹으려는데 법카를 쓰려니 회사규칙이 이렇게 존재한다. 1. 최대 인당 만원 까지 가능하다 2. 회사 동료들끼리 먹을 때만 가능하다 그럼 그냥 더 맛있는거 먹고 싶어도 규칙에 따라 만원 이하 메뉴로 가면되고 또 오래 같이 협업한 파트너가 함께여도 그 사람껀 따로 결제해야겠다 하고 바로 판단이 선다. 참 쉽다. 그 규칙이 정말 의미있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기계적으로 따를 수 있다. 근데 그런 규칙없이 원칙으로 판단한다면? “회사에 이익이 되고 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알아서 그에 맞게 식사하세요” 라고만 되어 있으면? 그럼 이제 골치가 아프다. 아 다들 만원정도 먹는것 같던데 나는 만오천원짜리 먹으면 좀 그런가? 아 파트너분도 같이 먹는데 우리 회사 많이 도와준분이니까 그냥 같이 계산하면 이상한건가? 뭔가 규칙이 없으면 정답이 없어 뵈니 그때마다 눈치보거나 고민해야해서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그게 맞다. 그게 핵심이다. 원칙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팀은 각자를 프로이자 어른으로 존중해야한다. 그래야 그 사람들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기계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이 상황과 맥락에 맞는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때문이다. 가장 중요한건 고민을 하게 되면 그 원칙이 가진 목적을 다시 떠올리면서 의도에 맞게 행동한다는 점이다! 무슨말인고 하니 위의 예시에서 원칙으로 행동하자고 할때 구성원은 “이게 우리 원칙이 가진 목적과 의도에 맞는걸까?” 를 고민하게 된다. 뭐가 정답인지 안써있으니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 되물으면서 회사가 식사비용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상기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는 것. 그러면 대표에게 허락받지 않고도 “오늘은 우리팀 막내가 고생많이 했으니까 막내 평소에 좋아하는 1.5만원짜리 메뉴먹고 기운내자!” 라는 행동이 가능하지는 것이다 그런데 규칙으로 행동해야 한다면? 그 예시엔 눈치 못채셨을수 있지만 애초에 회사가 왜 식사비를 제공하는지 언급조차 없다. 저 규칙을 만드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목적에는 관심이 적어지고 누군가는 어떻게 어뷰징을 막을지, 누군가는 어떻게 최대로 개인의 이득을 얻어낼지 창과 방패의 대결로 진화하게 된다. 심지어 규칙 1본 2번에 걸리나 안걸리나만 보다보니 되려 이런 행동을 하게 된다. “ (난 8천원짜리 점심으로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이지만) 야 8천원 짜리 먹으면 2천원 비니까 우리 뭐 더 시키자” -> 이러고 잔뜩 남김.. 목적과 행동이 전도된 사례다. 해야되는걸(즐겁고 적절한 식사)하는게 아니라 할수 있는걸(1만원 채워서 주문하기) 해버리는.. 이런 케이스를 주변에서 자주 보게된다. 말만 들으면 역시 규칙 없는게 좋구나! 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모두가 의도한대로 행동하지 않는것이 또 현실세상의 묘미이자 어려움이다. 원칙이 있음에도 애매하게 그레이한 영역이나 기준에서 행동하거나, 잘 안보일것 같으면 가로막는 규칙도 없으니 심하게 어뷰징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때때로 그런 낮은 기준에 생각보다 쉽게 휩쓸려가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회사가 원칙을 선언하고 목적을 상기하고 그에 맞게 행동할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좋은 사례를 공유하고 하는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건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어야 한다’는 점!! (매우 중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분들이 회사에 메이저리티가 되기위해 신경써서 원칙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인재밀도를 높여야한다. 그래서 더욱 채용이 중요하고 온보딩이 중요하다고 모두가 얘기하는 중일것이다. 어느정도 그런 자율적으로 책임을 지는 분위기와 높은 기준이 조직에 자리잡으면 약간 중도적인 분들도 그런 문화에 따라오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인경우 쉽게 낮은 기준에 휩쓸릴수도 있다. 넷플릭스 또한 초기에 이런 문화를 다잡으면서 정리해고도 하고 채용도 빡세게하고 많은 실패와 노력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런 노력이 있은 후에야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그래서인지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헤이스팅스가 쓴 “규칙없음” 이라는 책을 보면 제1장의 주제가 이렇게 규칙을 없애라가 아니라 “인재밀도를 높여라”이다. 그리고 그 1장의 마지막부분을 내 나름대로 요약해보자면 이러하다. “먼저 인재밀도를 높이지 않으면 이제부터 할 (규칙을 없애는) 이야기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