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나는 온도
꽃이 피어나는 온도가 있다. 식물 내부는 온도에 예민한 공장과 비슷한데, 각 식물마다 그 온도가 다르다. 공장 가동의 최적 온도와 가까워지면 더 왕성하게 자라고 번성한다. 꽃을 피우는 것은 좀 다른데, 특정한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온도 일수도 있고, 비나 건조함 일수도 있다. 식물 스스로는 그 온도가 몇도인지, 꽃을 피우는 계기가 무엇이고, 언제인지 모른다. 그저 그 자리에서 싹이 트고 자라난 것만이 현재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들도 비슷한 일을 겪으며 오늘 하루를 보낸다. 내가 여기 서 있는 것 만이 사실이고, 내가 언제 어떻게해야 잘 할 수 있는지 모르며 살아간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그 온도가 되면 알게 되겠지. 어느 날 비가 온 다음, 지금처럼 하늘이 높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알게 되겠지. 피어있는 들꽃과 익어가는 열매, 공원과 잔잔한 호수 주위를 오롯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