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LEAN 하게 움직이려면 더 CORE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01. 작고, 빠르고,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는 'LEAN' 스타일이 사랑받는 시대입니다. '우리가 이 멋진 걸 이만큼 준비했어요'라며 한방을 빵 터뜨려 보여주던 시절에서 매일매일 조금씩 변화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를 자주, 빠르게 공유하는 존재들이 인정받게 된 겁니다. 02. 하지만 간혹 LEAN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일단 내보내자'는 심리가 대표적입니다. 사실 LEAN 이란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반영할지 그 순위를 현명하게 매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게 자칫 왜곡되면 무조건적으로 속도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가장 먼저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런 장비와 식량 없이 올라간 곳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는 의문인 상황인 거죠. 03. 반대로 수없이 의사결정을 뒤집는 행위를 'LEAN 하고 있다'며 애써 정신 승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이거 해보고 저거 해보다 '하나만 얻어걸려라'는 심정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거죠. 물론 때때로 이런 케이스가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으니 마냥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건 꽤나 리스크가 큰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생긴 수많은 장독대 뚜껑을 다 열어보고 다니며 맛있고 알맞게 익은 김치를 발견하는 행운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니 말이죠. 04. 그래서 저는 정말 LEAN 하게 움직이고 싶다면 좋은 CORE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봅니다. 이게 너무 무거워지고 보수적으로 퇴행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적어도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 비즈니스 혹은 조직이 무엇을 딛고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 정도는 갖추고 있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때마다 빠른 상황 판단을 할 수 있고 좋은 방향 전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유연함과 신속함이 주는 찰나의 기쁨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단 생각입니다. 05. 그래서 저는 LEAN 한 조직일수록 방향에 대한 공유를 정말 자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직원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렇게 방향을 트는 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다른 경로를 우회하는 것인지 아니면 최종 목적지 자체가 달라진 것인지 애매할 때가 참 많거든요. 이 사이에서 괴리감이 생기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LEAN한 조직이어도 사사건건 충돌과 잡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리더와 중간관리자들이 민첩하게 바뀌는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이해시킬 수 있는 가벼운 근거라도 자주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06. 더불어 '결정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LEAN한 결정을 받아들이고 따를 수 있는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공통의 가치관과 판단의 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이나 회사를 이끄는 리더 한 사람의 취향이나 직감에 의존에 결정을 계속 뒤집어가는 건 결코 LEAN한 구조라고 할 수 없죠. 그런 식이라면 어제까지 준비해온 일이 하루아침에 무의미해져도 '우린 LEAN 하니까'라는 변명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퉁 쳐지고(?) 말 테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어느 부분을 CORE로 잘 지키고 다듬을지, 그 CORE에서 비롯된 결정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LEAN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일지도 모릅니다. 07.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페이팔의 공동 창립자이자 현재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피터 틸(Peter Thiel)’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모든 것을 놓치고 지나쳐도 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타트업을 지하철에 비유해 보자. 아무도 타지 않고 내리지 않는 역에서 매번 멈추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하지만 때때로는 반드시 정차해야만 하는 역이 있고 누군가를 기다려줘야 하는 순간도 있으며 앞뒤 열차와 간격을 맞춰야 할 때도 있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어떤 역에 멈춰 설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