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는 요즘 어때요?
카메라 시장 1, 2위는 캐논과 니콘입니다.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은 카메라, 필름 대신 내시경과 화장품 시장에 집중하면서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는 중입니다. 오히려 카메라 시장에서 고군분투할 때보다 더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주가도 크게 올랐죠. 거꾸로 캐논과 니콘은 2018년에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하고 있고요. 어쩔 수 없이 빠른 피봇팅을 한 기업이 시장 1, 2위 기업보다 더 잘 풀렸습니다. 1️⃣ 카메라로 익숙한 일본의 광학 회사 올림푸스, 현미경으로 대표되는 과학 사업부 매각했습니다. 구매자는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로, 금액은 $3.1bn 수준. 2021년 1월엔 영상 (카메라) 사업부도 일본의 사모펀드 JIP에 매각한 이력이 있죠. 기존 사업부를 마구 팔아넘기는 이유는, 바로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접고 유망한 의료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의외로 올림푸스는 내시경 업계의 독보적 1인자이고 내시경 시장은 현미경 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크죠. 1950년 내시경을 처음 상용화한 (카메라·현미경 만들던 노하우 덕) 이후 현재는 세계 내시경 시장의 80%를 독식했습니다. 2️⃣ 이젠 갈피를 잡았지만, 사실 올림푸스는 수십 년을 헤매던 기업입니다. 카메라·현미경·내시경을 바탕으로 나름 괜찮은 사업을 이어오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엔화 절상)로 수출이 큰 타격을 입으며 문제가 시작됐는데요. 여기서 경영진이 손실을 파생상품 투자로 메꾼다는 (제정신이 아닌) 결정을 내렸고, 이후 생긴 손실을 20년간 분식회계로 숨겼습니다. 결국 2011년 내부 고발로 사실이 밝혀지며 완전히 무너졌죠. 이때 밝혀진 손실은 무려 2조가 넘는 규모로, 이 덕에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습니다. (이때도 잘나가던 내시경 사업 덕에 겨우 버텼습니다) 3️⃣ 이후에도 자잘한 소송에 휘말리던 올림푸스가 살아난 건 2019년 초, 경영 재건을 목표로 행동주의 펀드 밸류액트 캐피탈과 손잡으면서부터였는데요. 이들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인 내시경 사업을 강화하고 나머지 사업을 접는 방식을 채택했어요. 그래서 만년 적자 사업인 (but 회사의 얼굴인) 영상 사업부를 작년 1월에 과감하게 매각하고, 이번엔 (1919년부터 함께한 회사의 근본 그 자체) 현미경 사업도 접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얻은 현금으로는 미국의 베란메디컬·이스라엘의 메디테이트 등 의료 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하며 의료 관련 투자를 계속 하고 있고요. 4️⃣ 이런 선택과 집중 덕에, 올림푸스는 엄청난 기세로 살아나고 있습니다. 2021년엔 7% 언저리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을 13%까지 끌어올리며 1150억 엔의 순수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금액을 달성했죠. 당연히 주가도 같이 크게 올라서 2019년 초 ¥760에서 이번 달엔 ¥3000 수준입니다. 특히 하락이 이어지는 최근에도 역대 최고 주가를 경신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죠. 반면 세계 카메라 1·2위 캐논·니콘은 2018년 매출·영업이익 모두 정점 찍고 꾸준히 하락세입니다. 올림푸스와 달리 카메라 시장에만 몰입, 새 먹거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죠. (현재 카메라 출하량은 2010년의 10%에 불과) 5️⃣ 그런데 올림푸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 회사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후지필름인데요. 필름의 사용도가 줄어들면서, 후지필름은 필름과 피부의 주성분이 콜라겐으로 같다는 점에 착안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 & 같은 발상으로 제약에도 진출하는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어요. 특히 사진 인화와 같은 방식으로 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찍어내는 포토레지스트 산업에도 두각을 보이는 중입니다. (현재 매출의 60%가 반도체+헬스케어) 탄탄한 본업을 통해 꾸준히 신사업에 진출한 후지필름은, 필름 산업의 몰락에도 2021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