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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광화문에서 실리콘 밸리로 온 이유 Ep. 2]

고작 인턴 인터뷰이긴 하지만 미국 테크업계에서 처음으로 잡힌 인터뷰이기 때문에 은근 긴장도 되었고 어렵게 잡은 기회이니만큼 잘 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인터뷰를 거의 7명정도 분들이랑 45분-1시간짜리 인터뷰를 해야 했으니, 짧은 준비 기간동안 거의 잠을 안자고 아는 모든것을 준비해 가서 사실 막상 인터뷰 할때는 머리가 멍해서 대답을 잘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나마 다행히, 인터뷰 준비는 아니더라도 테크 업계 공부를 몇달 전부터 차근차근 했고 아는데로 침착하게 답변을 하며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다음날 오퍼를 받았어요. 사실 그전에 금융업에서 꽤 높은 직책으로 있었다가 다시 테크에서 바닥부터 시작해서 하니, 달랑 인턴 오퍼 받은건데도, 아무래도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일을 이뤄내서 그런지 미국에서 인턴 자리 잡은것은 어쨌든 기쁘더라구요. 물론 프라이스라인은 지금 제가 다니는 아마존처럼 FAANG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첫 걸음을 잘 했다는 생각에 일단 마음도 놓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라이스 라인은 섬머 인턴을 2명 뽑았었는데 몇백 지원자중 한명에 뽑혔으니 사실 100번 감사해야 했죠. 그렇게 1~2달 후 MBA 방학에 맞추어 인턴 첫주를 맞이합니다. 제가 예전에 맨하탄에서 2년 정도 살긴 했지만 다시 한번 맨하탄에 입성하니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프라이스라인 회사가 32가 한인 타운이랑 걸어서 10분 정도 여서 퇴근길에 지친 몸과 맘을 한식?으로 달래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여튼, 미국 인턴은 첫째날에 잘 짜여진 오리엔테이션이나 지침서가 없어요 (물론 큰 회사는 다를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있던 뉴욕지사는 전체 직원이 200명밖에 안되었어요). 첫날 아침에 출근해서 아침에 간략하게 맥북이랑 핸드폰을 받고, 바로 저희 프로덕트 부서로 가서, 저를 앞으로 3달동안 관리하는 메니저가 가벼운 인사를 하고 바로 미팅을 따라 오라고 하더근요. 그래도 나름 인턴 첫날인데, 흔히 말하는 honeymoon period 같은 것 없이 테크회사 첫 날, 출근과 동시에 컴퓨터 받고, 여러 미팅을 들어가니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침에 들어간 미팅중에는 당시 프라이스라인 앱 유저 수를 리뷰하고 그때 진행되는 A/B 테스트 결과를 리뷰하는 미팅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팅의 50% 를 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완전 신입이었던거 같아요. 1년전까지만 해도 나름 부하직원 거느린 은행 임원이, 이제는 미팅 내용을 100% 이해 못하는 신입 인턴이라니... 기분이 복잡했지만 그래도 기회 주어진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멘탈을 잡고, 미팅, 자기 소개, 상품 이해, 비지니스 이해를 속에서 첫날은 빠르게 갔던것 같아요. 살짝 충격적인 것은 오후 5시가 되니 모두들 퇴근하는 분위기였고 (테크회사는 초과 근무가 없습니다. 물론 선택적으로 본인이 밤새 일하는것 또한 막지는 않구요) , 한국적인 마인드로 환영회나 회식이 있는지 알았는데 너무 다 자연스럽게 그럼 하루 수고했고 내일 보자 하고 집에 다 퇴근 하더라구요. 얼떨결에 5시에 나와 맨하탄의 저녁 공기를 마시니 너무 기분이 좋더라구요. 혼자 책가방 메고 한인 타운 순두부집에 가서 한끼를 해결하는데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어요. 아마 제가 원하는 업계를 잘 옮기고 원하는 직책 (프로덕트 메니저)를 따낸 기분 때문인거 같기도 합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 나누고 싶은 깨우침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남들이 떠먹여 주지 않고 본인이 반드시 찾아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날 저는 너무 한국적인 마인드로 가만히 앉아서 누가 밥을 떠 먹여주길 바랬던거 같아요. 컴퓨터도 받고 누가 와서 도와주겠지 하고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제가 알아서 회사 포털에 들어가서 설명서 보면서 셋업을 해야하고 생전 첨 들어가보는 미팅에서도 누가 저한테 자기소개하라고 멍석을 깔아주지 않고 제가 알아서 저를 어필하고 "이번에 온 신입 인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라는 세일즈를 해야 했지요. 물론 메니저가 도와주긴 하지만 메니저도 제가 알아서 서바이벌 하길 원하고, 오히려 모두가 그걸 너무 당연스럽게 생각하는거 같았어요. 점심에도 식당이 어디있는지, 혹은 커피나 음료수를 어디서 먹을수 있는지 모르는데 그걸 일단 옆에 사람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저는 비서분이나 누군가가 와서 알려주길 바랬던거 같아요. 사실 여러가지 미팅을 들어가고 모르는것도 메니저가 일일히 물어보게 해주고 대답해주는 것이 아니고 제가 눈치껏 메니저 안 바쁠때 가서 미리 준비한 질문 3-4개를 확 물어보고 치고 빠지곤 했어야 했거든요. 여튼 저는 그냥 그날 오후 메니저가 1:1 해줄때까지 기다리다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것을 알고, 몸소 이런 깨우침을 채득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 "혼자 알아서 찾아먹는 마인드"는 그동안 다른 회사를 이직해보면서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제가 가만히 기다리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상대방이 제가 무엇이 필요한지 알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제가 필요한것을 인지하고 그 것을 가장 잘 채워줄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해답을 찾는것이 효과적이구요. 어쨌든 점점 찾아먹는 방법에 익숙해지려 할 즈음 메니저가 1주일 후 저희 C-레벨 임원진에게 제가 하고싶은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제안할수 있게 해줄테니 준비하라고 하더라구요. 잠깐, 2주차에 제가 저희 CEO 분에게 발표를 해야 하는데 이게 맞나 싶더라구요. 기회를 주는것은 감사한데 이 속도가 너무 빠르니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구요... [3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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