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단상> #1
* 아직 읽지 않은 10권. 벌써 10월입니다. 시간은 참 빠르고 항상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것도 늘 전공 관련 서적이나 일 잘하는 법, 생산성, 좋은 리더, 성장하는 조직, 코칭의 기술,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은 실용서 위주로 지하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읽습니다. - 솔직히 밝히자면, 저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필요로 읽을 뿐이죠. 집안에서 책들은 주로 “널부러져” 있습니다. - 책 한 권도 들기 싫을 정도로 몸이 무거운 날에는 스마트폰을 통해 커리어와 관련된 아티클들을 찾아 읽습니다. 수많은 아티클에 피로감을 느끼는 날엔 메모장을 열고 평소 생각했던 주제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써봅니다. 딱히 정해진 날은 없지만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글을 쓰자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어느 날은 정말 엄청난 피로감과 압박감 같은 것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괜시리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고 죄(?)스러운 느낌마저 듭니다. “꾸준히, 성실히, 습관화”와 같은 신성한(?) 가치들에 위배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감정들을 무시하고 지하철 안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눈을 감고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도 그런 편이었지만 지금은 더 뻔뻔해졌다고나 할까요? 아마 사회짬밥(?)을 좀 더 먹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여전히 책 읽기는 좋아하지 않고, 여전히 실용서 위주로, 여전히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주로 독서를 하지만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가끔, 아주 가끔 “문학”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은 뜬금 없이 “문학적 활자”가 땡기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소설이나 시를 찾아 봅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시간낭비”라 여겼던 책들 말입니다. 커리어를 시작하고 잔잔바리 up & down이 있는 가운데 한번은 burn out이 크게 왔었습니다. 무언가 환기가 필요했습니다. 이 때, 드라마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등을 몰아보기를 할까 하다가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영상 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다보니 소설이 생각 난 것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전공서적이나 자기계발서 읽을 시간도 없는데 소설 읽는 사람들이 참 이해가 안갔고 사치 같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때도 - 극심한 burn out 상태였음에도 - 이왕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을 읽는 것이 시간을 활용하는 데에 유익하겠다 싶어 선택한 책이 바로 박경리 작가의 였습니다. 약 50년 간의 격정 속 700명 가량의 인물이 나온다는 그 말입니다. 정말 아침, 저녁으로 집에 와서도 읽었습니다. burn out 당시에 당장 어디론가 도피하고 싶고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소설로 도망쳐 간 것이었지만 허구라 할지라도 소설 속 인생들을 보며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이 들며 마음이 자연스레 정리돼 간 것 같습니다. 울다가, 화내다가, 안타까워 하다가 어느 덧 10권 째 읽을 때 즈음 제 심리와 직장생활도 길을 찾아 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하며 10권을 읽었던 것입니다. 꼭 burn out이 올 때만 읽어야 하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머지 10권 읽기는 그 이후로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그 때 대여를 50년 했으니까 지금은 내 커리어와 관련하여 실용서 읽기에 집중하는 게 더 필요한 것 같으니 나머지 읽기는 후순위로 늑장을 부리는 것입니다. 대신 잔잔바리 up & down이 있을 때 단편 소설책이나 시집을 읽고 있습니다. 10권은 또 한번의 burn out이 와야 읽게 될까요? 아… 그렇게 읽고 싶지는 않은데 왠지 “그 날”을 위해 “아껴두는” 느낌입니다. 아직 읽지 않은 10권. 그래서 다행인 걸까요? 지금은 상태가 좋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 아무튼 문학의 세계는 참 깊고도 위대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