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때문에 이십 년 광고업 경력을 포기하였다.
“스탠바이, 카메라, 액션!” 숨죽인 긴장감이 가득한 촬영장의 모든 이들의 시선은 카메라 앞에 선 광고모델을 향했다. 지난 몇 개월간 스토리보드를 기획하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뒤 마침내 광고주의 승인을 얻은 한 남자는 무대 뒤 한쪽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광고 PD는 영상 메카니즘의 완벽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스토리보드의 장면과 메시지를 현실에서 표현하기 위해서 촬영, 조명, 테크닉, 필터사용 등의 촬영 기법과 조명 설정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PD는 제작 현장에서 제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많은 참여자들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승인된 아이디어도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누군가 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며 작품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관계자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은 선에서 적당히 끊고, 발전적인 의견은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참 어렵지만 이게 PD가 하는 다양한 역할 중 하나이다. 그렇게 광고촬영이 끝나면 보정과 편집을 거쳐 방송에 내보낼 최종본이 나오게 된다. 그가 촬영장에서 지켜보았던 제작과정의 결실인 최종본을 건네받을 때면 이전에는 설렘과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점차 공허함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을 한참 지나 텅 빈 사무실 불을 끄고 자리를 나설 때면 최근 그를 괴롭혀온 불편한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이렇게 힘들게 기획하고 제작한 광고도 결국 잊힐 텐데 과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