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의 페르소나는 어떤 모양일까?
01. 며칠 전 클럽 멤버들과 글쓰기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평소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제 생각을 공유하며 어떻게 해야 온전히 나다운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그 방법을 논하기 전에 제가 던진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왜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늘 부끄러운가?' 하는 것이었죠. 02.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합니다. 남이 내가 그린 그림을 보거나 친한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내 노래 실력을 들킨다고 해서 그만큼 부끄럽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누가 내가 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아마 종이를 빼앗든 모니터를 가리든 일단은 내 글을 숨기고 싶은 마음부터 드니까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03. 저는 그 이유 중 하나로 '페르소나'를 듭니다. 우리가 개인적인 글을 쓸 때는 평소 우리의 말투나 화법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인격 하나를 만들어서 그 페르소나를 빌려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조금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평소 말하는 것보다 글이 좀 더 시크하다거나, 진지하다거나, 유머러스하다거나, 섬세하다거나 아니면 글로 풀어내는 주제가 생각보다 좀 더 무겁다거나, 철학적이라거나, 오묘하다거나, 비판적이거나 한 것이죠. 04. 남들은 이걸 보고 '너답지 않다', '글을 읽으니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라고 하지만 저는 어쩌면 이게 글을 쓰는 매력이자 본질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내 이야기 사이에 페르소나라는 장치를 하나 둠으로써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볼 수 있는 거니까요. 05. 그래서 나다운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하는 생각과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페르소나를 찾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봅니다. 사실 크게 어렵게 다가갈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브랜딩 작업이나 제품 기획 단계에서 만드는 페르소나 빌딩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어떤 인물을 빌려 '내 글쓰기 페르소나'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06. 즉 '내 글은 누구와 닮아있을까?', '내 글은 누가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느껴지면 좋을까'를 상상해 보는 겁니다. 위트 있고 친근하면서도 좋은 관점을 전달할 수 있는 유재석님 같은 글일 수도 있고, 생활 속에 있는 작은 포인트로부터 화제를 끌어내 공감 가는 화법으로 말하는 장기하님 같은 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꼭 나 자신을 투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나와 잘 맞는 레퍼런스를 한 명 찾아 그 사람의 화법을 빌려보는 것도 나다움을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07. 그렇게 내 글에 기준이 되는 레퍼런스로 글을 쓰다 보면 오히려 나다운 글이 점점 구체화되는 것도 같더라고요. 원래 옷을 입을 때도 남들이 어떻게 입나 주의 깊게 보고 비슷하게 따라 입어도 보면서 점점 내 스타일을 만드는 거잖아요. 글쓰기도 같은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고 그 시작은 페르소나를 모방하고 빌려오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럼 내 글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쓰여지고 있는지 체크해보기도 훨씬 쉽거든요. 08. '글 좀 잘 쓰고 싶다', '머릿속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혹은 매력적으로 써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그전에 이 물음에 한 번 답해보시면 어떨까요?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의 페르소나를 빌려 나만의 페르소나를 완성해 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