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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감을 의뢰해 줄 클라이언트를 찾아보자

01. 가끔씩 글을 의뢰받을 때가 있습니다. 보통 두 가지 유형인데 클라이언트의 상세 요청에 의한 기고가 있고 자유 기고 형식이 있죠. 전자는 누가 읽게 될지, 어떤 내용이 담기면 좋을지, 어떤 부분이 강조되었으면 하는지 등의 비교적 자세한 의뢰 사항이 있습니다. 반면 후자는 대략적인 분량 안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이든 좋다며 오픈 주제를 건네는 경우에 해당하죠. 02. 둘 중에서 어느 글이 쓰기 더 쉬운가(?)라고 물으면 저는 의외로 클라이언트에 의한 상세 요청이 있는 글이 더 쉽다고 답합니다. 언뜻 보면 자유 형식이 주제부터 내용까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독자 분석부터 앞뒤에 담기게 될 글의 내용, 의뢰를 주신 곳의 특성까지 제가 직접 취재해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러니 솔직히 말하면 클라이언트가 상세한 요청을 주는 게 방향 잡기는 훨씬 쉬운 상태가 되는 겁니다. 03. 그런데 저는 이런 방법을 조금 색다르게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내 주위에서, 나를 비교적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글감을 의뢰받아보는 거죠. 나다운 글을 쓰기 위해 꼭 내 안에서부터 글감을 쥐어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거든요. 오히려 나를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 '너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라는 걸 먼저 말해주면 거기서부터 내 글을 시작해 볼 수 있는 거니까요. 04. 제 경우에는 지난해 작은 모임에서 이런 주제를 의뢰받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이라는 공통된 대주제로부터 '초심'이라는 특수한 주제를 하나 끄집어내신 분이 제게 이런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말해주신 거죠.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하게 되는 말이 ‘초심을 잃었다’라는 말입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의 그 거창하고 멋진 포부들은 점점 사라지고 나 스스로와 한 약속들은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도영님에게 ‘초심’은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합니다. 글을 읽고 나면 '아 도영님은 초심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하는 관점 하나를 얻고 싶습니다." 이 주제로 작성한 글이 바로 '초심은 잃으면 안 되는 건가요?'라는 글이었습니다. ( https://careerly.co.kr/comments/57244?utm_campaign=self-share ) 05. 저는 이렇게 글쓰기 메이트를 만들어서 서로 글감을 의뢰해 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위에 예시로 들어드린 의뢰서(?)처럼 '나는 이런 이런 이야기가 궁금하고, 읽고 나면 어떤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걸 알려주면 우리가 글감을 찾고 글을 풀어나가는 방향을 고민하는 데도 아주 좋은 이정표가 되거든요. 그러니 혹시 글쓰기 모임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서로서로 메이트를 찾아 각자의 클라이언트가 되어주는 것도 새로운 활력이 되실 겁니다. 06. 사실 저만하더라도 다양한 분들께서 질문해 주시는 내용이 제 글감이 될 때가 많습니다. 커리어리에 자주 올리는 Q&A 글도 그렇고,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의견을 묻는 분들의 한마디가 제 글의 첫 문장이 될 때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제게 좋은 영감을 던져주는 모든 분들이 클라이언트라는 생각도 듭니다. 07. 웃긴 얘기지만 내가 쓸 이야기 주제를 찾으려면 막막하던 게 남에게 듣고 싶은 이야깃거리를 찾으면 차고 넘치는 법이더라고요. (우리가 또 남한테 뭐 요청하는 건 잘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글을 의뢰해 보고 또 누군가로부터 글을 의뢰받아보는 경험을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어느 순간 그게 나 다운 글을 쓰는 첫걸음을 떼게 해줄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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