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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마케터 스타트업 이직 3개월 회고

1. 이직을 하고 지난 3개월간은 거의 일만 하고 지냈다. 늘 나의 일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몰입했던 적이 언제였나 싶은 정도로 빠른 적응과 성과 내는 데만 온 신경이 가 있었다. 어느 정도 달성한 목표도, 아직 요원한 목표들도 있지만 꽤나 치열하게 지낸 3개월이었다. 그리고 지난주 3 month 동료 피드백을 받았다. 정신이 번쩍 드는 고마운 피드백도 있었고, 대부분은 나도 모르게 했던 행동들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들 이었다. 동료들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나의 지난 3개월을 평가해주었다면 나도 당연히 짧게 나마 소회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Lesson Learned 지난 3개월간 참 많은 일을 했다. 다른 조직에서였으면 적어도 반년은 걸렸을 일들이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배움만 생각해보자면 - 마케팅은 유입과 단순 전환 KPI를 달성하는 활동이 아니고, 유닛 이코노믹스에 기반해 최소 단위 비용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조직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의 마케팅을 할 수 있고, 데이터를 올바르게 트래킹 할 수 있다. 또 그래야 예산 증액을 이뤄낼 수 있다. - 광고 대행사와도 비즈니스 방향성에 대해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도메인의 비즈니스 모델일수록 대행사가 비즈니스와 마케팅 맥락을 이해하도록 자주 싱크해야 한다. 단순 성과 쪼기 만으로는 양쪽 다 만족할 만한 협업을 하기 어렵다. - (너무 당연하게도) 페이드 광고는 능사가 아니다.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컨텐츠의 힘이 큰 도메인이고, SEO의 임팩트가 굉장히 크다. 이것을 알고 나서는 페이드 마케팅에 쏟는 리소스를 나누어 팀원들과 함께 컨텐츠 관련 업무에도 배분한다. (사실 SEO는 아직도 나에게 어려운 분야다ㅜ) - (또 너무 당연하게도) 유져에 대한 이해는 데이터에만 있지 않다.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서비스의 관여도와 유져 져니의 복잡도가 굉장히 높은 서비스다. 각 유져마다 처한 상황도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정량적인 데이터만으로는 잠재 유져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담 사례를 수없이 읽고, 실제 재판을 참관하고, 가끔 유져 인터뷰도 직접 해 본 요즘에서야 아주 조금 도메인에 대한 이해도가 생긴 기분이다. - (또또 너무 당연하게도) 마케팅 데이터는 고립된 형태로 해석되지 않아야 한다. 로앤굿은 PM분들과 DS분의 노고로 acqusition 부터 최종 목적의 전환까지 admin 기준으로 트래킹한다. 보통 페이드 마케팅을 하면 실제 admin과의 데이터 정합성 차이를 애써 무시하며 attribution 툴에 의존해 전략을 수립하게 되는데, 이는 오차를 만들 뿐만 아니라, attribution 툴을 상대적으로 덜 보는 타 부서와의 사일로를 낳기 쉽다. 통일된 기준으로 성과를 트래킹하게 되면서 조직 전체의 언어 장벽이 허물어진 느낌이다. - Pushing the Boundary. 3M 피드백을 받기 전만 해도, 동료들이 해주는 신뢰의 표현이 단지 나의 이전 경력과 연차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가끔 부담스러웠고, 합류 후 첫 몇 주간은 출근할 때마다 속이 울렁인다고 주변 지인들한테 고백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시기는 잠시고, 결국 동료들은 지금 내가 보여주는 목표에 대한 헌신, 그리고 매 순간 이전보다 ‘조금이나마’ 더 잘해내고자 하는 아주 약간 차이의 노력에 칭찬을 보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 하면서 역량의 한계에 자주 좌절하는 나지만, 이 약간의 차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시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Thoughts 최근에는 그 어느때보다 동기부여 받으면서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지점에서 동기부여를 받는지 하나씩 뜯어보니 꽤 여러 관점이었다. -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내는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동료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것에 예민한 편이라, 회사 생활하면서 이 부분이 충족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 로앤굿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었다. - 동료들에게 신뢰 받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실패에 따르는 평가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다. 또한 조직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 물론 조직이 커지고 사업의 스테이지가 넘어감에 따라 도전에 대한 리스크는 점점 커질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지금의 문화가 얼마나 큰 가치인지 알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잘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 인재밀도가 높은 조직이다. 인재밀도는 단순히 역량이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모여있냐를 나타내지 않는다. (사실 그런 스타트업은 요즘 생각보다 많다) 나는 모든 사람은 성취 욕구(혹은 열정)의 크기가 각자 다르고 인생에 있어 성취 욕구가 가장 큰 시기도 각자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타트업의 인재밀도는 얼마나 많은 구성원들의 성취욕이 가장 고점일 때 같은 공간에 모여 함께 문제를 푸는가가 결정한다고 본다. 지금 몸 담고 있는 조직의 동료들은 다들 똑똑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가 됐든 미팅룸을 잡고 머리를 맞대주는 사람들이다. - 팀원의 성장까지가 동기다. 어느덧 나도 일을 시작한지 6년 정도 됐고 이제는 나의 커리어나 업무 경험 뿐만 아니라 나보다 연차가 낮은 분들의 성장도 도와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이는 사실 엄청난 부담이지만 동시에 나만 챙겼던 시절보다 훨씬 더 동기 부여가 된다. 팀원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협업하는 동료들에게도 나와 일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매 순간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취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데이터, 마케팅 면에서 부정적인 레거시가 거의 없는 시점이라 처음부터 구축하고 시도하기에 용이하다. 게다가 늘 그렇듯 스타트업은 인력이 부족하고 풀어야 하는 과제들은 널려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사람이 하면’ 된다. 이전에 있었던 큰 조직과는 상반되는 환경이다. 덕분에 불과 2년 전까지 광고 매체 운영 원툴이던 내가 이제는 철저하게 유닛 이코노믹스에 기반한, 비즈니스와 연결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직 후 허니문 기간이 세게 온 것 같아서 큰일인데,,,) 4. 공교롭게도 업계는 전에 없던 빙하기다. 주변에서는 좋은 소식보다 안 좋은 소식이 더 자주 들리고, 이런 시기에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해 가끔 섬짓 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2022년의 내가 이렇듯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 선택을 과감하게 내린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낀다. 로앤굿은 이번 주에 중요한 업데이트가 있다. 헬스로 치자면 지금까지는 자세 잡는 워밍업 세트였고, 이제부터 본 세트라는 생각이 든다. 내 로앤굿 생활도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아주 가끔은 길이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지만 휴일 후 출근이 기대되는 회사 생활이라면 어디라도 만족할 만하게 다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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