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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따라 다르게 일하기⟫

누가 정확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준 적은 없지만 언제나 한결 같이 일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어왔던 것 같아요. 남이 볼 때나, 보지 않을 때나. 나의 매니저가 있을 때에나 없을 때에나,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젝트를 주도하든, 낮은 프로젝트를 하든 항상 같은 수준으로 성실하게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학습을 한 탓입니다. '성실함'은 언제나 미덕으로 여겨졌으니까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우선순위에 따라 가혹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일하려면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일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이 일이 조직에 어떤 의미인지, 회사 차원에서는 어떤 임팩트가 있는지 고려하면서 우선순위에 따라 힘을 줄 때는 주고 뺄 때는 긴장을 풀고 일을 해야 합니다.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하면서 일하는 겁니다. 아래는 한국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AWS코리아를 다니다 현재는 미국 아마존 본사 신규 사업 부서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하는 염지원 님 인터뷰 내용 일부입니다. 라는 책을 쓰셨습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1️⃣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이 세상에 ‘워라밸’이라는 말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말 슬프게도 나는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워라밸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왜 필요한지 몰랐다. 회사에서 만나는 이들과 SNS에서 갓생을 사는 이들은 늘 늦게까지 야근하고 남는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자신을 늘 전시했다. 어쩌면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나는 늘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2️⃣ 더 일하면 더 일해야지 덜 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았다. 미국에 오니 팀원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예전에는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냐?”라는 말에 은근한 인정과 계속 그렇게 하라는 격려가 묻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눈치가 아니었다. 이곳의 디폴트는 정말 40시간 일하는 것이었다. 근무 시간을 본인이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시간 중 비는 시간이 있으면 늦게라도 본인이 알아서 채우는 식이고 근무 시간이 지나가면 정말 칼 같이 아무도 답변하지 않는다. 아무도 6시 넘어 메시지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 확실히 괴상하고 예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뭔가 공부하거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는 ‘워라밸’을 처음으로 맞이하게 됐다. 3️⃣ 일이 사라진 시간에 다른 것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 만들어봤자 10분 안에 먹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나를 위해 요리한 적도 없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요리를 해먹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새로운 것을 배우러 다닌다.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공원들을 다닌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업무 시간 내내 전전긍긍하다가도 6시가 지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걸 내려놓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야근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말끔하게 머리를 비우고 딴짓하다 돌아오면 오히려 일이 풀리기도 한다. 강제로 내게 온 워라밸은 내 삶에서 일을 조금 다른 태도로 대할 수 있게 해줬다. 4️⃣ 내 의견을 말하는 법도 알게 됐다. 한국에서 일할 때는 의견이 없어도 괜찮았다. 가끔 적게나마 있는 내 의견이 아예 없었다면 고통이 조금 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특히 신입일 때는 더 그랬다. 다들 내게 의견은 내 봤자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살살 잘 피해가는 법을 배우기 바빴다. 그렇게 정신없이 몇 년이 지나고 나니 나를 직접 괴롭히는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의견이 없는 경지에 다다랐다. 예를 들면 회의 시간 중에 내가 관련 주제가 아니면 자연스럽게 스위치를 끄고 딴 생각을 하거나 딴짓을 하는 데 몰두했다. 그렇게 굳어진 내 업무 태도는 돌이키기 어려웠다. 5️⃣ 그런데 내가 조용히 있으면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며 나를 회의장으로 끌어왔다. 한 번 아찔했던 적도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지사장 정도 되는 직급의 디렉터가 팀 미팅에 왔다. 궁금한 점을 질문하라고 했다. 준비했던 질문을 한 가지로 제한했다. 으레 있는 형식적인 자리로 생각했고 그가 답변하면 대충 듣겠노라 했다. 근데 그가 갑자기 좋은 질문이라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되묻는 게 아닌가? ‘어버버’ 넘어갔지만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미국이라고 사람들이 미팅에 완전히 집중하고 늘 생각하고 의견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이 한국보다 훨씬 더 많다. 그래서 내 업무 주변에서 돌아가는 상황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내가 이걸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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