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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Out의 글쓰기

01. 흔히 글을 평가할 때 '흡입력이 있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빨려 들어갈 듯이 강한 몰입감을 유발하는 글이란 정도의 의미일 텐데 사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글이 이 흡입력을 갖추기를 바라죠. '와 이 사람 글 잘 쓴다'라는 엄청난 칭찬에 앞서 우선 내 글이 누군가로부터 완독되기만이라도 한다면 그것 또한 다른 의미로의 칭찬이기 때문입니다. 02. 하지만 생각보다 완독의 욕구를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습니다. 글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섬세한 구성과 탁월한 표현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글을 만들어내는 건 무척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소설처럼 픽션을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글의 시작 또한 슴슴하고 평범한 얘기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우리 같은 일반인의 글쓰기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난제가 참 많은 상황이라 할 수 있죠. 03. 저는 이런 환경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글쓰기가 바로 'Inside Out' 방식의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를 쓴 오바라 가즈히로나 , 의 저자 야마구치 슈도 강조한 개념인데요, 바로 커다란 담론이나 주제를 아우르기 전에 나의 작은 경험이나 구체적인 생각으로부터 이야기를 출발시켜보는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내 안에서부터(Inside) 바깥세상으로(Out)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글쓰기라 할 수 있죠. 04. 저 역시 글을 쓸 때 이 Inside Out의 방법을 참 자주 활용합니다. 물론 꼭 이 플롯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누구나 아는 이야기, 반대로 대부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그 중심을 먼저 건드리는 것보다 내 마음속에 담고 있던 작지만 솔직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05. 그중에서도 Inside Out 글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출발점을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에 포커스를 맞추고 어떻게 내 이야기를 따라올지 그 동선을 내가 설계하는 개념인 거죠. 그러니 독자들이 특정한 가치 판단을 내리기 전에 내가 가진 이야기를 먼저 접하고 내가 중요하다고 제시하는 포인트에서부터 큰 주제를 바라보는 효과를 안겨줍니다. 06. 더불어 이런 방식은 공감을 일으키기에도 매우 유리합니다. 사실 일반적인 글쓰기로 탁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잘 해내는 분들의 글을 보면 언제나 거창한 표현이나 심오한 주제보다는 작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본인의 스타일대로 진솔하게 풀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죠. 때문에 Inside에서 출발해 Outside로 나가는 글은 내 목소리로 나다운 글을 쓰는 아주 기본적인 방법이자 가장 매력적인 방법도 될 수 있는 거죠. 07.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저서 중에 라는 책이 있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영화감독은 미시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관점은 우리 개개인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큰 이야기는 그 분야를 잘 아는 누군가가 대신하거나 혹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많이 언급하고 있을 수 있으니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들고 그 큰 이야기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되거든요. 그럼 어느 순간 이 작은 이야기가 큰 이야기를 만나 일으키는 화학 작용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완성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08. 애니메이션 Inside Out을 보면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처럼 사람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등장하죠. 그리고 이 각각의 감정 친구들은 주인공의 마음속에 찾아온 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기억 저장소에 있던 작은 기억의 구슬들을 가지고 다시 커다란 감정 섬을 움직이는 시도를 합니다. 어쩌면 저는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가진 각자의 기억 구슬을 들고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대전제에 하나씩 넣어보면 그게 여러분만의 글이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09. 그러니 괜찮은 글 한편을 써보고 싶으시다면 '뭘 써야 하나'를 고민하기에 앞서 '내 기억 중에서 뭘 한 번 꺼내볼까' 그리고 '이 기억을 들고 어디로 한 번 이동해 볼까'를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그렇게 여러분의 내면으로부터(Inside) 출발한 솔직한 이야기들이 다른 사람들과 이 바깥세상(Outside)에 작지만 큰 의미로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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