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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경영이라고 하면 숫자를 중심으로 한 과학적 관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인사나 조직관리는 물론이고 마케팅, 경영전략, 심지어 SCM과 재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 ‘신뢰’

우리는 보통 경영이라고 하면 숫자를 중심으로 한 과학적 관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인사나 조직관리는 물론이고 마케팅, 경영전략, 심지어 SCM과 재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굉장히 추상적인 단어이고 혹자는 사기꾼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어휘라고도 하는데 이 용어가 실제 비즈니스뿐 아니라 경영학 이론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개념으로 쓰입니다. 관리자가 실무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감시하는 근무 환경은 그 이면에 ‘너를 믿고 맡기지 못하겠다’라는 인식을 전제로 합니다. 그렇기에 몇 시에 출근하는지, 매시간 어떤 업무를 얼마나 근면하게 하는지, 업무 중 딴짓을 하지 않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것을 잘하는 관리자가 일을 잘하는 관리자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경영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미국의 경영학자 맥그리거는 1960년대에 동기부여에 관한 유명한 이론인 XY이론을 발표했습니다. 경영학과 산업동기심리학의 고전입니다. 여기서 그는 두 종류의 관점을 대조합니다. [X이론] •인간은 선천적으로 일을 싫어하며, 가능한 한 일을 하지 않고 지냈으면 한다. •기업 내의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통제, 명령, 상벌이 필요하다. •종업원은 대체로 평범하며,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기보다는 명령받기를 좋아하고 안전제일주의의 사고/행동을 취한다. [Y이론] •오락이나 휴식과 마찬가지로 일에 심신을 바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상벌만이 기업목표 달성의 수단은 아니다. 조건에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 목표를 향해 전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책임의 회피, 야심의 결여, 안전제일주의는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새로운 문제를 잘 처리하는 능력은 특정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이를 관점의 차이로 보았습니다. 정답은 없고, 인간 본성을 X이론으로 보느냐 Y이론으로 보느냐에 따라 리더십과 동기부여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쏟아져 나온 후속 연구들에 따르면 정답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매니저가 어떤 관점으로 여러분을 봐줄 때 동기가 생깁니까? 거의 모든 현대 경영학 이론은 같은 답을 말합니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의심하게 되죠. 서로 못 믿는 이런 조직문화에서 어떻게 성과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그럼 여기서 KPI에 관한 이야기를 또 안 할 수 없겠네요.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의 이 말은 오늘날 경영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격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측정(Measure)’이 ‘평가(Evaluation)’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KPI는 핵심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약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I를 Indicator가 아니라 Index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구요. 자동차의 속도를 알려주는 계기판 있지요? 그게 Indicator입니다. 우리는 계기판을 점수를 매기려고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한속도 100km/h의 도로를 운전하면서 계기판을 보았을 때, 내가 80km/h면 “내가 지금 천천히 가는구나, 속도를 조금 올려야겠다” 생각하고, 120km/h면 “지금 과속이구나, 속도를 낮춰야겠다”하는 목적으로 쓰는 것이 계기판입니다. 이렇듯 KPI는 현재 업무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계량적으로 판단하고, 향후 업무 활동을 정렬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기업 문화에서 KPI는 그 자체가 최종 결과 지표로 사용됩니다. 마치 시험지의 정답처럼 사용합니다. 그렇기에 성과관리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KPI를 최종 지표로 사용하기 때문에 과정이 무시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불완전 판매를 하는 영업사원들이 그렇습니다. 매출 숫자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부정한 방법을 쓰거나, 개인의 성과를 위해 팀의 성과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도전적이지도 않습니다. 달성률을 기반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쉬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려고 엄살을 피웁니다. “어렵지만 해보겠습니다!”와 같은 태도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Align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부서간 경쟁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당연히 단기 목표만 보기 때문에 장기 목표를 보기도 어렵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폐단이 이러한 잘못된 성과관리로 인해 발생합니다. KPI는 최종지표가 아니라 경영 현황에 대한 계기판의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측정은 하되, 평가는 다른 관점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관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어휘에 대해서도 한번 볼게요. 성과 “평가(Evaluation)”를 받는다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저 말이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우리는 당연히 평가를 위해서만 일을 바라보게 될 겁니다. 성과 ‘평가’라는 말을 성과 ‘관리(Management)’로 바꾸면 어감이 어떤가요?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 납니다. 만약 매니저의 역할이 성과평가나 성과관리가 아니라 성과 ‘코칭(Coaching)’이나 성과 ‘지원(Supporting)’이라면 어떨까요? ‘평가받는다’는 것으로 동기부여 되는 직장인은 없습니다. 마치 채찍질하면 말이 뛰어가는, 그야말로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급의 원시적 형태의 동기부여입니다. 스스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 서로 믿고 공동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협력해주는 것. 이것이 성과개발의 핵심입니다. 모두가 상호신뢰하는 조직이 있다면 ‘평가’란 것은 없어도 됩니다. ‘성과’만 보면 됩니다. 좋은 평가 제도보다 문화가 먼저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 한들 상호신뢰하는 문화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성과가 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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