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카오의 서비스들이 화재로 멈췄다. 안타까운 것은 개발자 입장에서 볼 때 천재지변으로 분류할 수 있는 “화재”로 멈췄다는 점이다. 2. 내가 여기서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카카오 로그인을 사용
1. 카카오의 서비스들이 화재로 멈췄다. 안타까운 것은 개발자 입장에서 볼 때 천재지변으로 분류할 수 있는 “화재”로 멈췄다는 점이다. 2. 내가 여기서 관심 있게 보는 것은 카카오 로그인을 사용하는 대부분 서비스가 다 멈췄다는 점이다. 카카오 페이지, 카카오T, 카카오 게임하기로 연결된 오딘과 우마무스메, 브런치, 티스토리. 이 모든 것이 사용 불가 상태이다. 3. 카카오 게임하기도 없었고 애니팡도 없던 시절, 카카오 유저 정보를 이용해서 게임에 로그인시키고 싶다며 카카오와 논의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회의하러 온 개발자는 계정 생성에 필요한 정보를 줄 테니 우리 쪽에 저장해서 제 로그인할 때마다 카카오에 트래픽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4. 하지만 첫 논의 때만 그랬을 뿐, 결국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변했다. 카카오에 있는 어떠한 정보도 우리 쪽으로 넘겨줄 수 없으며 로그인하면 유저 토큰을 줄 테니 그 토큰으로 카카오에 필요할 때마다 질의를 하라는 식으로 변경되었다. 그렇게 카카오 게임하기 연동이 만들어졌다. 5. 그때는 ‘욕심도 많으셔라’ 라고 넘기긴 했지만, 엄청나게 걱정하며 연동 작업을 했다. 게이트 단계에 있는 서비스는 정보와 트래픽이 몰리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99.9%도 아니고 100% 서비스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6. 수많은 카카오의 서비스가 카카오톡이라는 하나의 게이트만을 향하기 시작했다. 굉장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자신감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7. 사업부를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길은 한곳으로 모이는 것이 좋다. 사업부 입장에서는 이 게이트를 틀어쥐는 게 권력이고 돈이다. 개발팀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모든 길은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개발팀은 99.9%가 아니라 0.1%를 대비해야 한다. 8. 개발팀은 0.1%를 위해서는 99.9%를 만드는 그것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다른 곳에 떠넘기는 게 유리하다. 카카오게임하기 초기에 개발자는 저 0.1%를 우리에게 넘기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그것을 카카오가 가져갔다. 9. 사업부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저 0.1%가 주는 힘을 생각한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만들어지면서 카카오가 기술 기반의 회사에서 사업부 기반 회사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업부의 시대라 불릴 만큼 회사 고위층에는 사업부 출신들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10. 카카오의 개발팀이 지금 상황에 대한 대비를 안 해 놨을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대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시뮬레이션하고 실전에 가까운 테스트를 해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사업부 입장에서 0.1%를 위해 너무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적어도 카카오의 개발팀은 그 0.1%를 위해 99.9% 만들 만큼의 노력과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을 설득하지 못했을 거로 생각한다. 11. 대 사업부의 시대. 게임회사는 이미 사업부가 회사를 이끌어가기 시작한 지 꽤 오래 지났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이다. 12. 개발자 출신이 경영진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참여하더라도 발언권이 아주 적은 경우가 많다. 한쪽으로 편중되면 항상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우린 그것 경험으로 습득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정지가 더 씁쓸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