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GRIT)책의 진짜 레쓴런
#1. 모임에 갔다가 다른 멤버분이 그릿이라는 책에 대해 공유해주셨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력하자. 이런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얻을 레쓴&런은 어떻게 그릿을 실천하느냐가 아니라 그릿이라는 책을 낸 저자의 뷰(View)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일단 저자이력이 화려하다. 월드와이드로 몇 명만 주는 상도 받았고 이름만 대면 알법한 권위있는 학교에서 박사 학위도 했고. 무엇을 말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임계점을 넘어가면 누가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자신의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뭘 해도 유리하다. 과거에는 그런 명성을 쌓는 방법이 한정적이었고 독점적이었다. 시간과 돈이 필요했는데 sns가 진입장벽을 확 낮춰줬다. 좋은 콘텐츠를 가졌다면 명성을 쌓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3. 이런 류의 책에 관심이 없는 나도 여러 채널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고 있고 이 책이 유행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팔리는 이유는 저자가 인간 심리의 미묘한 지점을 정확하게 찔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커리어를 막 시작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대부분 IT&스타트업 종사자) 본인 목표는 소박하게 n년 안에 100억 정도라고 말한다. 본인 주위에 실제로 그런 부를 이룬 사람들이 존재하고 스타트업 다니다보면 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100억 정도는 소박하게 느껴지나보다. 거기다 미디어&sns에서 영앤리치를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도 한몫했다. 반복적으로 자주 노출되면 익숙해지니까. #4. 그런데 정규분포에 따르면 이런 부를 이루는 사람들은 엄청난 아웃라이어다. 확률적으로 2% 정도. 타고난 재능도 있는데 뼈를 깎는 노력까지 했을거다. 확률상 내가 저 2%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거나 심각하게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성인은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안다. 남은 속일수 있어도 나를 속일 수는 없다. 내가 어떤 노력을 어디에 얼마만큼 어떻게 쏟았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본인이 가지고 태어난 재능값도 대충은 안다(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된다). #5. 하지만 문제는 내가 정규분포의 평균 값 +/- 그 어디쯤에 위치한다는 걸 인정하기 싫다는 데 있다. 사람은 언젠가 죽지만 죽지 않을 것 처럼 산다. 무서우니까 아예 무시해버리거나 종교에 심취해버리거나. 저자는 이 지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노력으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는 위로를 1.5만원 정도의 책값을 지불하고 사는거다. 그릿이라는 책을 읽고 그릿을 실천해서 2%안에 들어간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그 사람은 그릿이라는 책 때문에 2%가 된걸까, 2%가 그 책을 읽은걸까. #6. 마케터로서 배워야 할 마지막 레쓴런은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라는 뻔하고 지루한 이 문장을 GRIT이라는 새롭고 신선한 워딩으로 포장한데 있다. 간단하고 그래서 누구나 기억하기 쉽고 단어는 새로운데 메시지는 익숙하다. 요약하면 명성을 쌓고, 대중들의 보편적인 심리를 이용하는 메시지를 찾고, 그걸 익숙한 새로운 단어로 포장한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일은 중요하다. 2%는 운명의 영역이지만 상위 20% 정도는 노력으로 누구나 도달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노력의 방향성이 옳고 일정 수준에 이르기까지 지루한 시행착오를 견디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상위 20%는 노력의 영역안에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잘못된 방법으로 계속 하고 있거나 트라이얼을 2~3번에서 멈췄기 때문일거다. #8. 그런데 트라이얼을 멈추지 않았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case는 한마디로 감이 좀 딸리는 친구다. 참 열심히는 하는데 안타까운. 감이 재능의 영역이냐 노력의 영역이냐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감도 노력하면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건 핵심적으로 알아야 하는 개념이 존재한다. 비즈니스 영역에 종사한다면 문제해결 사고 프레임 몇 가지만 완벽하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어도 회사에서 주어지는 문제에 7~80%는 해결할 수 있다.(파레토) 기획 관련 책 5권만 사서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다. 심지어 어떻게 감도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책도 꽤나 있다. 감이 없어서는 핑계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9. 노력의 방향도 맞고 포기도 안 했는데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쟁터를 잘못 골랐기 때문이다. 디폴트 재능값이 하위 2%인 시장에서 상위 20%를 목표로 뭔가를 하고 있다면 삶이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아프지만 인정하고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이걸 알아채는 것 마저 재능이라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