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를 향한 질문이 '과거'가 아닌 '현재'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
01. 얼마 전 발행한 아티클에 이런 내용을 담았었습니다. '선배들에게 과거 시절 어땠는지를 묻기보다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또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라고 말이죠. 그랬더니 이 내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질문을 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아티클 링크 : https://publy.co/content/6994?fr=library-like ) 02. 일단 오해를 하나 풀고서 글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한 말의 늬앙스는 '선배들의 과거는 이미 지난 일이니 의미 없다. 지금이 훨씬 중요하다' 같은 부정적인 뜻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에 좋은 경험들을 많이 쌓아서 현재의 모습을 이룬 사람에게 과거의 이야기만 묻기는 아깝다는 의미가 더 짙게 깔려있죠.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니까 말입니다. 03. 그래서 저는 늘 직장 선배든, 업계 선배든 아니면 인생의 선배든 지금 그분들의 고민이 무엇이고 각자 이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자주 묻습니다. 그러다 보면 '오 저렇게 업력과 구력이 쌓인 사람도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하는 생각부터 '나와 고민의 결은 같은데 접근법과 해결책이 전혀 다르구나' 같은 인사이트도 발견할 수 있죠. 04. 놀라운 건 기분 좋은 공감대와 더불어 또 정신이 번쩍 드는 차이점을 느끼게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마치 함께 같은 길을 걷고는 있지만 그들의 보폭과 리듬과 걸음걸이에는 분명 저와는 다른 무엇이 담겨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그 뜻이 전달되려나요. 05. 또 한 가지 신기한 건 질문은 현재형으로 했지만 결국 선배들에게서 얻는 대답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아우른 대답일 때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죠. 지금 내린 결론이 (혹은 결론까지 이르는 과정이) 하루아침에 벼락치기로 생길 일은 만무하니까요. 왜 그런 답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모든 시점에서의 고민과 예측이 담겨있기 마련입니다. 06. 이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저는 '선배 시절에는 어땠는데요?', '이런 시기가 왔었을 때는 어떻게 넘기셨어요?' 같은 질문보다는 '요즘 제일 관심 두고 사시는 건 어떤 분야에요?'나 '최근에 선배를 괴롭히는 고민거리가 있어요?' 같은 현재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업무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인생이라는 긴 레이스에서도 우리는 함께 현시대를 살아가는 동반자잖아요. 그러니 동일한 조건에서의 질문을 두고 그 사람의 경험과 관점을 들어보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07. 아, 물론 대답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에게도 이제 후배들이 생기고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다 보니 어쩔 땐 고민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땐 '나 때는 이랬다' 식의 발언보다는 '나는 지금 이런 게 고민인데, 그 고민은 이런 이런 과정과 경험에서 나온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해결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라는 형태로 대답하고자 합니다. 그래야 더 솔직한 대답을 할 수 있고 질문자의 관점에서 더 도움 되는 답을 얻어 가는 것도 같았거든요. 08. 예전에 친구의 5살 난 아들과 함께 만날 자리가 있었습니다. 제가 친구 아이에게 'OO이는 크리스마스 선물 뭐 받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로보카 폴리 구조 본부 세트요'라고 하더군요.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동안 대뜸 녀석이 제게 반문했습니다. "삼촌은 뭐 받고 싶은데요?" 09. 그러게요. 왜 저는 그런 생각 못 하고 있었을까요. 누가 저한테 크리스마스 선물 절대 못 준다고 엄포를 놓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니 가끔 이렇게 후배(?)들의 질문이 저를 다시 돌아보게끔 하고 제가 가진 고민의 관점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때도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여러분도 친한 선배나 형, 누나, 오빠, 언니가 있다면 주저 말고 한번 여쭤보세요. '지금 당신은 어떤 현재를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