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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는 자의 철학

분석이란 쪼개어 의미를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옛날 전국시대 때 포정이라 불리는 전설의 소잡이가 있었는데, 그의 소 해체하는 솜씨가 하늘에 닿을 정도여서 당시 왕이었던 문혜군도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거대한 소를 칼 한자루로 쓱쓱 해체하는 포정의 칼놀림 앞에서 입을 떡 벌린 문혜군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포정에게 물었습니다. 포정은 “처음에는 소의 겉모습만 보고 소를 해체해서 몇번 작업을 하면 칼이 금방 무뎌졌는데, 이제는 수십년의 경험과 연륜으로 소의 가죽과 살, 근육과 뼈의 틈이 눈에 보여서 그 틈에 칼을 대기만 하면 소가 쩍하고 저절로 갈라지니, 수천 마리를 잡아도 칼이 무뎌지지 않습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대륙의 기상에 걸맞는 과장법이 일부 있겠지만, 이 원리는 분석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듯 합니다. 같은 GMV라고 하더라도 AOV와 주문건수의 곱으로 쪼갤 수 있고, 혹은 Paid User와 ARPPU로 쪼갤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쪼개는 관점에 따라 수십 가지의 ‘GMV 공식’을 만들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쪼개는 자가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쪼개는가입니다. 지표를 올바로 쪼갰으면 두 지표가 쩍 갈라지며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지만, 철학과 가설없이 그냥 쪼갠 지표는 아무런 시사점도 주지 못하고, 분석가의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게 됩니다. 칼이 무뎌지듯이 말입니다. 동일한 관점에서 스타트업에서 흔히 쓰는 ‘신규가입자의 월 cohort retention 분석’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MECE하고 명료한 장점이 있어 널리 쓰이지만, 이번 달과 저번 달의 고객이 보이는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시사점을 주기 위해서는 고객을 나누는 다른 관점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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