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얼해야할지 모를때 할 수 있는 일
고민이 있거나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선배가 간절하다. 하지만 그런 선배는 곁에 잘 없고 생각은 천 갈래 만 갈래로 흩어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 써볼 것을 권한다. 회사에서 일할 때였다. 후배 한 사람이 내게 면담을 신청했다. 나는 답을 주는 대신 고민을 노트에 써본 후 다시 오라고 했다. 나는 글을 쓰게 한 이유를 말해 주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법이 찾아지는데 그러자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잖아.” 신기하게도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가 보였다고 했다. 나는 아무 조언도 하지 않았지만 그 후배는 길을 찾아냈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퇴직 후 2년쯤 지났을 때다. 당시의 나야말로 선배가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나는 선배를 찾는 대신 노트를 펼쳤다. 그러곤 쓰기 시작했다. 내 안의 수만 가지 어지러운 생각과 감정을 그저 마음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었다. 나도 미처 몰랐던 내 마음이 거기 가득 적혀 있었는데 그 수많은 문장들은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것, 쓰이고 싶다는 것. 마음을 알기까지가 문제이지, 알고 나면 그 다음은 오히려 쉽다. 헤어졌지만 여전히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한 연인들이 다시 만나기 시작하듯 나도 다시 일로 돌아왔고 지금까지 7년째 책방마님으로 살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객관화’가 된 것이다. 선배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 당신은 우선 고민이 무엇인지 요모조모 잘 정리해서 전달한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던 고민을 밖으로 끄집어내니 정체가 환히 들여다보인 것이다. 사실, 해법은 문제가 무엇인지 똑바로 아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문제가 뭔지 모르거나 다른 것을 문제라 오해한다. 그러면 해법이 요원하다. 사람의 마음은 의식이 10%, 무의식이 90%라고 한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다. 자신의 안에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무엇을 욕망하며 무엇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지 알려면 그것들을 의식 위로 꺼내야 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깊은 욕망과 만나는 일이며 또한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이다. 우리에겐 그런 힘이 있다. 다만 꺼내 쓰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