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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노동의 역사에 중대 전환점을 만들지도 모를 실험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본 모델은 ‘100:80:100’. 임금은 100% 받으면서 80%의 시간만 일하되, 생산성은 100%를 유지

인류 노동의 역사에 중대 전환점을 만들지도 모를 실험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본 모델은 ‘100:80:100’. 임금은 100% 받으면서 80%의 시간만 일하되, 생산성은 100%를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시행되는 주 4일제 실험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주 5일, 하루 8시간’ 노동은 만고불변의 법칙인가? 생산성은 노동시간에 정비례하는가? 한 세기 전부터 해오던 주 5일제는 과연 최후의 노동 형태인가?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주 6일, 하루 10∼16시간 일하는 것이 표준이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하루 8시간만 일하자는 운동이 영미권을 휩쓴 후에야 주 40시간 노동이 보편화했다. 한국에서는 18년 전만 해도 주 5.5일 내지 주 6일 노동이 일상이었다. 주 6일 노동을 주 5일로 바꾸는 게 가능했다면 주 4일제 역시 환상이 아닐 수 있다.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21세기에는 주 15시간이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술 발달에 힘입어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면 더 짧은 노동시간으로도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생산성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 5일제 시작은 포드자동차였다. 창업주 헨리 포드는 제조 공정의 혁신을 바탕으로 1926년 임금 삭감 없는 주 5일제를 도입했다. 휴식일이 늘면 업무 집중도가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 휴일이 늘면 자동차 구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막상 시행해 보니 회사에 대한 충성도 증가, 이직률 저하 같은 부수적 효과도 따라왔다. 포드의 혁명은 미국의 산업계를 강타했다. 켈로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1930년 8시간 3교대 근무를 6시간 4교대로 전환했다. 생산성 향상과 함께 결근·이직·인건비 등이 감소하고 산업재해도 41%나 줄었다. 주 4일제 논의는 최근 본격화했다. ‘월화수목일일일’처럼 주 4일 노동·3일 휴식 말고도 하루 노동시간을 줄인 주 5일제, 주 5일 하루 8시간을 일하면서 휴무일을 적립해 특정 시점에 몰아서 쓰는 방식 등 구현 방법은 다양하다. 뉴질랜드 금융회사 퍼페추얼가디언은 2018년 8주간의 시범 운영 이후에 주 5일 37.5시간 노동을 주 4일 30시간 노동으로 전환했다. 직원의 업무 몰입도, 만족도, 협업이 향상되고 생산성도 다소 증가했다. 창업주 앤드루 반스는 아예 ’4 Day Week Global‘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세계 각국에서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인 일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지사가 2019년 8월 인력 23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 노동을 실험했더니 생산성이 40% 늘고 사무실 전기소비량은 23%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에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관련 좌담회가 열렸다. “주 4일제는 노동시간이 아닌 작업(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이는 사회혁명이자 경영혁명”이라거나, “성장을 통한 번영은 우리가 더 많은 시간을 일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100년 전만 해도 주 70∼80시간 일하던 노동자들이 지금은 그 절반만 일하지 않나”라는 얘기가 나왔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주 4일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재택근무 실험은 유연한 노동의 가능성을 일깨웠다. 사람들은 일·가정의 양립 가능성을 새로 경험했고, 삶의 질에 관한 근본적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제 관심은 업무 장소에서 업무 시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4 Day Week Global 주도로 6월 시작된 영국의 주 4일제 실험에는 금융·마케팅·의료·소매 등 각 분야 73개 기업, 3300여명의 노동자가 참여 중이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6개월간 적용했을 때 생산성, 노동자 삶의 질, 기업 내 성평등 등의 변화 양상을 분석하기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미국 보스턴대 연구진이 동참했다. 실험이 반환점을 돈 시점에 나온 설문 결과를 보면 노사 양측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조사에 응한 41개 기업 중 35개 기업이 실험 종료 후 주 4일제 유지 가능성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다. 대다수가 생산성이 비슷하거나 개선됐다고 했고, 크게 향상됐다는 기업도 6곳이나 있었다.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기업은 2곳뿐이었다. 엔지니어링 중소기업 올캡의 공동 소유주 마크 로더릭은 “고객들은 어떠한 차이도 눈치채지 못했다”며 “출근한 날 좀 더 무리하게 일하는 측면이 있지만, 전반적인 직원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한 스킨케어 제조업체 CEO는 “생산성은 향상되고 실수는 줄었다”며 “부서 간 칸막이도 사라졌다”고 했다. 사흘 연휴를 앞둔 목요일 오후까지 정해진 주간 업무성과를 내기 위해 미리 적극적으로 협업한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이후에 생겨난 대퇴사(Great Resignation) 시대에는 주 4일제가 좋은 유인책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 컨설팅업체 타일러그레인지 측은 CNBC방송에 “주 4일제 실험 참가 이후 입사 문의가 534% 증가했다”고 말했다. 마케팅 대행사 라우드마우스미디어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직 유혹을 받는 직원이 많았다”며 “주 4일제 이후 입사 지원이 2배 늘었고 고용 유지율은 80%에서 98%로 늘었다”고 했다. 주 4일제를 정부가 주도하기도 한다. 벨기에는 2월 주 4일제가 가능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했다. 아랍에미리트는 1월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격주 4일제를 공식화했다. 주 4일제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정관념이다. 기업은 비용 증가를, 노동자는 임금 삭감을 걱정한다. 특히 근무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업종에선 노동시간을 줄이면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세상을 바꾸려면 일주일에 80∼100시간은 일해야 한다”며 최근 인수한 트위터 직원에게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싫으면 떠나라”고 한 일론 머스크처럼 장시간 노동이 답이라고 여기는 경영자도 많다. 주 4일제를 도입할 수 있는 업종이 한정적이어서 오히려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민간과 공공 부문이 공감대를 이루고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도 과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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