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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말 그대로, 그냥 큐레이터라고 생각했어요. 이 분이 어떤 음악을 하건 간에, 모신 손님이니까 충실히 소개를 잘 해야 한다. 이 분을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말 그대로, 그냥 큐레이터라고 생각했어요. 이 분이 어떤 음악을 하건 간에, 모신 손님이니까 충실히 소개를 잘 해야 한다. 이 분을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그렇게까지 힘든 적은 없었어요." 1. KBS의 간판 음악 프로그램 이 500회를 맞았습니다. 2009년 4월부터 방송을 시작했으니 만 11년을 지나온 셈입니다. 이번 특집에서는 유스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 , 진행을 맡았던 이문세, 이소라, 윤도현이 게스트로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2. 방송을 보며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꾸준함의 힘' 이었습니다. 유희열은 11년이라는 시간동안 이 심야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습니다. (이문세는 우스개로 가요무대 김동건 MC 이후 최장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500번의 방송을 무리없이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보다 음악인들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라는 MC의 마음가짐, 그리고 가수뿐만 아니라 화면 밖에 있는 PD와 작가 등 제작진의 입장까지 깊이 공감하는 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3. 동시에, KBS의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 28년간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또다른 힘인 수신료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018년 KBS 매출 1조 4천억 원 중 수신료는 약 6,500억 원으로 약 45%에 해당합니다. 당해 영업손실이 500억 규모임을 감안했을 때, 수신료가 없었다면 KBS는 매출 7,500억원에 영업손실 7,000억 원을 내는 기업이 되는 셈입니다. 4. 공영방송의 주된 제작 재원인 TV 수신료 역시 요즈음 각종 플랫폼들이 도입하고자 애쓰는 구독모델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TV를 보유한 2천만 가구가 월 2,500원씩 꼬박꼬박, 단순 계산으로만으로도 연간 6천억 원 규모의 TV 수신료를 냅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같이 음향에 신경을 쓰는 음악방송 제작은 적잖은 제작비가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도 KBS가 뚝심있게 이런 고품격 음악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를 가능케 하는 튼튼한 구독모델의 덕이 적지 않습니다. 5. 유스케와 함께 심야 라이브형 음악프로그램의 투톱이라고 할 수 있는 EBS의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도 시청률에 목맬 수 밖에 없는 상업 방송이었다면 좀처럼 만들어내기 어려운 시도입니다. (2004년에 시작한 '스페이스 공감'은 1천 회를 훌쩍 넘어 이제 1500회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전국민이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TV 수신료가 갖는 가치를 생각해보게 되는 프로그램들인 셈입니다. 6. 가끔은 전기요금과 같이 통합 징수되는 TV 수신료 항목을 보며 투덜대기도 하지만, 유스케나 공감 같은, 상업성만 생각하면 버티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방송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공성을 지키는 데 내 돈이 쓰이기는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적정한 배분규모와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말이죠. 7. 마지막은, 관객입니다. 500회 특집 유스케는 노래와 구성 모두 좋았지만, 그래도 관객들의 웃음과 박수소리가 없는 유스케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함이 느껴집니다. 마지막에 화면을 통해 만난, 관객들이 꽉 들어찬 예전의 모습은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점차 무뎌지고 있었던 감각을 다시 저릿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음악 앞에서 다시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얼른 돌아오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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