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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핫해질 분야는 테크가 아니다, 자기수양학이다.

어떤 분야를 공부해야 할까? 앞으로 인간 사회에서 어떤 지식이 가장 중요해질 것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인간 사회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지식이 있다. 종교와 신화가 주도했던 시기도 있고, 학생들이 고전을 달달 외우던 시기도 있으며, 자본주의의 시대에는 경제학이 치고 올라왔다. 지난 몇십년은 과학, 특히 기술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기술이 발전될수록 역설적으로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다들 하고 있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비인간과의 연결상태가 이전과는 너무나 달라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하는 인간들이 나오고(디지털 네이티브, 사이보그, 트랜스휴먼)있기 때문에 기존의 인간학이 해주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포스트휴먼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인간과 동맹을 맺고 살아가는 시대의 인간을 위한 새로운 인간학을 발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가치를 지닐 학문으로 ‘자기수양학’이 떠오를 것 같다. 기존의 자기계발 담론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성을 증대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에서는 벤자민 프랭클린을 인용해 ‘시간이 금이다’라는 금언을 언급한다. 이미 정해진 구원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부를 쌓아야 했다고 하는 기독교적 기업가정신은 이제 종교적 색채가 탈색되고 ‘기술발전을 통한 인류에 기여’라는 종교로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을 해킹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자신의 몸까지 해킹해 모든것을 최적화하겠다는 미국식 자기계발 담론은, 정말 유용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한계는,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위기 중 가장 심각한 위기인 ‘의미의 위기crisis of meaning’에 지침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은 생산성 및 부의 증대라는 정해진 답에서 벗어날 수 없고, 따라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할 수 없다. 흥미롭게도 미국의 자기계발 담론은 동양의 자기수양학 담론과 실천을 번역해 베껴오고 있다. 사실 동양의 스님들은 수천년동안 명상으로 정진하며 수행해왔는데, 마치 서구과학이 명상을 발견한 것처럼 우울증에 좋고 생산성 증대에 좋다며, 명상을 전유한다. 과학으로 검증되기 이전에도 명상은 효과적인 수행법이었다. 게다가 불교 사상 등 ‘의미의 소프트웨어’와 깊게 결부된 실천체계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에 서사를 부여하고 의미의 색채를 칠해준다. 명상 열심히해서 생산성 높여서 돈 잘벌자는, 공허하고 허무한 담론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지자들과 사상가들은 하나같이 자기수양을 말했다. 붓다, 공자, 니체, 푸코, 소크라테스 등 수천년의 역사를 뚫고 아직도 읽히는 책의 저자들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의미의 소프트웨어’와 ‘실천체계’를 연결해 실제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했던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저자들이 그리스 철학을 파고드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도대체 기술 발전해서 돈 잘벌어서 뭘 하자는 것인지 의미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서구 사상의 끝판왕인 그리스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 한국은 재미있는 로컬인 것이, 그래도 선진국이라서 세계 유수의 사상과 철학이 번역되어 있고 국내 전문가들도 있다. 중국 전통의 동양 사상들이 익숙하고, 몸에 체화된 다양한 자기수행 양식과 방법론들도 많다. 다만 중국몽에 갇히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거리도 있다. 동시에 미국발 자기계발 담론이나 실리콘밸리발 방법론도 익숙하다. 게다가 아마 역사상 유일한 축복으로, 콘텐츠를 세계로 발신할 수 있는 공장도 있다. ‘의미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인류에게 강력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연금술의 원료들이 도처에 깔려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의 언어인 영어가 익숙하고 잘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이 지식노동자를 씹어먹으러 오고 있지 않은가. 스트리밍할 수 있는 지식을 연마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된다. 스트리밍할 수 없는 지식, 의미와 실천체계를 모두 갖추었고 인간의 삶을 실제로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지식을 연마할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본다. 실제로 수천년동안 살아남은 동양의 지식-실천체계들 중 일부가 앞으로 과학적으로 검증될 날이 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명상도 과학이 정당화해주기 이전에 서구 과학의 관점에서는 ‘오리엔탈 불쉿’이 아니었나. 요가도 똑같고. 불교, 유교, 노장사상, 요가, 풍수지리, 사주, 한의학 등 동양 전통의 사상들은 지식과 실천이 깊게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심리학 백날 배워도 마음의 구루가 되지는 않는다. 의사 자격증이 있다고 건강한 것 아니다. 반면 불교명상을 배우면 지식도 쌓고 마음수련을 할 수 있다. 의미와 실천이 연결되어 있는 소프트웨어야말로 앞으로 인간들이 필요로하는 자기수양학이 될 것이다. 군자, 요기, 구루, 고승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다. 지식과 실천의 수준이 동시에 높은 인간은 엄청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서양의 언어로는 이들이 컨설턴트, 멘토, 코치가 되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선 ‘어른’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있지 않은가. 공부깨나 했다는 인간들이 백날 싸움박질만하면서 뭔가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누구나 존경할 수 있는, 말하자면 김대중 대통령 같은 인간이 없으니 이 모양이 아닌가.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해질 분야는 자기수양학이다. 희귀한 것은 의미요, 지식과 실천을 연결할 수 있는 통합적인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동양의 사상과 서구의 과학을 모두 익혀 모던하면서도 엄청나게 매력적인 지식-실천체계를 연성해낼 수 있는 연금술사가 나올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있는 로컬으로 보인다. 말도 안되는 소리 같은데, 사실 나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름 공개하는 페이스북에 올릴 정도로. 나보다 각 분야를 더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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