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20K 달리기 후 반성문
늦은 나이에 건강을 위한 오래 달리기를 시작했고, 20개월 동안 1000K를 뛰었습니다. 처음엔 내가 과연 5K를 쉬지 않고 뛰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 그보다 과연 작심삼일로 끝날 목표가 아니었나 스스로를 의심했는데, 이제 어엿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어제 우리 가족 저녁 메뉴는 무려(!) 소고기였습니다. 딸아이가 소고기를 잘 먹기 때문에, 아내가 가끔 구워주는데, 그러면 저도 끼어들어 소주나 와인을 반주삼아 함께 마시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술도 역시 잘 못하지만, 적은 양껏 마시는 재미를 꽤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술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저녁 때 동네에 나가서 10K를 뛸 생각이었고, 딸아이에게 외출 허락(!)까지도 받아놨는데, 술을 마셔버리면 뛸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음주를 하면, 당일은 못 뛰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 날 달리기 기록까지 떨어지는 게 체감되더라고요. 암튼, 결국은 반주 유혹을 뿌리치고, 달리러 나가서 뛰기 시작했는데, 뛰다보니 20K까지 달리고 왔습니다. 아주 뿌듯합니다. 이전까지는 이런 상황이면, 달리기를 접었는데, 음주를 접은 것은 처음입니다. 나가서 뛰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요새 하는 고민도 당연히 떠오르게 됩니다. 저도 요새 커리어로 볼 때, 뭔가 변화를 원하고 있는데요, 직업으로 하는 백엔드 개발을 계속하면서, 별도로 개발 강의 영상을 찍으려 하고 있습니다. 몇 번 시도한 적도 있고, 무료 강의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도 했지만, 정작 유료 강의를 제작하려 하면,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정작 퇴근 후 여유시간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빠져서 정작 강의에 도움이 되는 직간접적인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징징거리고 있더라구요. 아 난 왜 강한 의지로 강의를 만들지 못할까? 이런 강의는 만들어도 잘 안 팔릴 거야, 주제가 대중적이지 못하고, 그렇다고 난 대중적인 강의를 만들고 싶지는 않지. 뭐 이런 다양한 핑계를 떠올리며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그럴꺼면, 그냥 강의 만들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던지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으면서,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으니,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결과는 결과대로 안 나오는 상황에 처해 있는 거지요. 뛰면서 반성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무언가를 할 꺼면,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뛰려고 했으면, 소주를 포기해야 합니다. 여유 시간에 강의를 만들려면, 넷플릭스 유튜브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강의 제작을 해야 합니다. 뛰고 싶지 않으면, 즐겁게 반주를 마시고 그냥 취침을 하는 거고, 뛰고 싶으면 반주를 포기하고 나가서 뛰는 겁니다. 이거저거 하던대로 그대로 다하면서 뭔가 변화를 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인 거 같습니다. 이번에 목표로 한 강의는 잘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중에 넷플릭스/유튜브/SNS를 멀리하고 지내야겠어요. 강의 수익성이 어떨지 고민하는 건, 지금 단계에서는 의미 없는 핑계일 뿐이니, 일단 그저 만들어봐야 하겠습니다. 꾸준히 뛰다보면, 무언가 결과가 나오긴 할 겁니다. (사실, 커리어리 개발자 Q&A에 종종 보이는, 이게맞나 저게맞나 고민만 하는 뉘앙스의 질문들에 훈수질을 하려는 글을 쓰고 싶은지 꽤 되었는데, 정작 제 자신도 마찬가지 어리석은 상황을 만들며 지내고 있었기에, 제 자신에 대한 반성문으로 갈음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