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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만들 때, 레퍼런스는 나를 구원해주지 못합니다.

1.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보통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가장 쉽고 흔한 접근은 레퍼런스 찾기입니다. 이미 구현된 제품의 유사한 사례들을 먼저 보는 거죠. 예를 들어 장바구니를 개선한다면 유사한 카테고리 앱의 장바구니들을 모두 모아 살펴봅니다. 비슷한 기능을 경쟁사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해당 기능을 써보고 분석해 보기도 합니다. 해외에 비슷한 사례를 찾아봅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앱을 사용해 봅니다. 이런 레퍼런스 리서치로 일을 시작하는데 우리는 익숙합니다. ​ ​ 2. 레퍼런스가 있으면 쉽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도움이 됩니다. 내 눈앞의 문제는 나는 처음 보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누군가는 이미 고민해 봤을 수 있습니다. 알려진 쉬운 방법이나 도구가 있다면 빌려와도 됩니다. 모든 문제가 꼭 독창적인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해결이 목적이니까요. 과거의 사례들을 찾아보는 건 그래서 효율적입니다. 표면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을 찾고, 여기에서 공통점을 찾아보거나 배울 점을 뽑아서 나의 문제에 대입해 보는 것이지요. ​ 3. 하지만 레퍼런스만으로는 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첫째, 우리는 다른 제품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제품은 다른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입니다. 눈으로 볼 수 있고, 누르면 동작하는 유형의 수단입니다. 제품 사용 경험 같은 무형의 가치도 전합니다. 이런 제품의 기능과 경험은 만든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최종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그 최종 결과물에서 만든 사람의 목적이나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추정해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의도는 모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커머스에 장바구니는 필수입니다. 대부분 모양과 기능도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다릅니다. 어떤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지, 주 타깃이 누구인지,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어떤 전략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 변수는 셀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같은 기능이라도 추가한 이유와 맥락은 완전히 다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의도가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듭니다. 보이는 것만으로는 의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편향과 오해를 만듭니다. 더 나쁜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는 그 제품의 성공 여부와 성과를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제품에 눈에 띄는 훌륭한 기능이 있습니다. 직관적이고 유용합니다. 좋다는 가치 평가는 성과도 좋았음을 가정합니다. 이 멋진 기능의 성과는 어땠을까요? 만드는 사람이 아닌 고객도 좋아했을까요? 우리는 어떤 목적으로 그 기능이 추가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성과도 알 수 없습니다. 목적한 의도를 이루었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면 성공일까요? 보통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인 지표이지요. 기능의 목적이 더 많은 사람이 쓰도록 하는 거였다면 그럴 겁니다. 하지만 다른 목적이었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그 사정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성공한 이유 혹은 실패한 이유를요. 좋고 나쁨의 판단은 그저 주관적인 의견일 수 밖에 없습니다. ​ 셋째, 우리의 고객은 그들의 고객과 다릅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레퍼런스 제품의 고객은 우리의 고객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 제품의 고객에게는 유효했던 기능의 가치가 우리의 고객에게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고객을 타겟으로 타겟으로 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여전히 우리는 모릅니다. 행여나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더 중요한 건 그들의 고객이 아니라 우리의 고객입니다. 우리가 더 집중하고 시간을 쏟아야 하는 건 당연히 우리의 고객입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참고하는 것은 그들의 고객과 우리의 고객은 같다는 가정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가정은 많은 경우 옳지 않습니다. 레퍼런스에 나의 해답은 없습니다. 답은 늘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고객입니다. ​ 4. 수학 문제를 풀 때 답안지를 살짝 훔쳐봤던 경험이 모두 있으실 거예요. 풀이를 보고 나면 문제가 아주 쉽습니다. 문제를 푸는 과정이 잘 이해됩니다. 하지만 답안지를 덮고 다시 문제를 풀어보면 어떤가요. 분명 다 아는 것 같았는데, 막히는 부분은 여전합니다. 잘 풀리지 않습니다. 레퍼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사례를 찾아보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나만의 문제를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건 어렵습니다. 레퍼런스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푸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문제를 아무리 빨리 푼다고 해도, 올바른 답이 아니라면 소용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해답으로는 내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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