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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풋’ 따위는 없습니다. ‘아웃풋’도 없어요.

이 얘기를 한번 꼭 하고 싶었습니다. 언어는 중요합니다. 언어 아래에는 인간을 바라보는 어떤 관점이 깔려있거든요. 저는 콘텐츠에 관해 유통되고 있는 ‘인풋’이나 ‘아웃풋’이라는 개념은 과거의 것이며, 빠르게 버리고 더 나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언어, 프레임워크, 이론을 가진 자가 앞서가니까요. ‘인풋/아웃풋’이란 개념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를 일종의 ‘블랙박스’로 취급할 때 쓰이는 용어입니다. 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욱여넣자! 뭘 어떻게 해야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찍어내! 투입과 산출의 개념은 또한 산업적이며 비즈니스적인 단어이기도 합니다. 마치 기존에 있던 생각을 공장의 원재료처럼 때려박기만 하면 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에서 잘 가공해서 딱하고 결과물이 산출되는 것처럼요. 인풋/아웃풋은 인간을 공장으로, 아이디어를 투입하면 창조물이 나오는 기계로 취급합니다. 게다가 인풋/아웃풋은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집어넣으면(put) 나와야(out) 하기때문에,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하는 표준화된 기계처럼 인간을 바라봅니다. 인풋/아웃풋은 포디즘과 토요티즘, 즉 컨베이어벨트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과거의 생산방식의 관점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무섭지 않나요? 단어 하나가 어떤 패러다임 속에 배태되어 있다니요. 아니 그냥 공부하고 학습하는 걸 ‘인풋’이라는 단어로 쓰면 안되는 건가요? 언어는 쓰는 사람 마음인데 왜 아는척 하시는거죠? 네 맞아요. 그렇지만 예시를 들어 더 깊게 들어가보겠습니다. 인풋과 연관지어서 흔하게 쓰이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수집’입니다. 투입과 산출의 패러다임은, 인간 학습과 경험에 관해서는 ‘수집’의 개념과 연관됩니다. 인풋은 무엇을 투입하는지 가리지 않고, 일단 때려박습니다. 수집도 비슷하죠. 우표를 일단 모으기 시작합니다. 수집은 모으고 쌓아두지만 그걸 왜 모아야 하는지, 모아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저는 ‘공장’의 메타포에서 ‘가내수공업’의 메타포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연금술’의 메타포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중요하니까요. 사례를 때려박지 말고 뇌를 ‘활성화’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신변잡기 사례를 수집하는 것보다는 관심있는 대표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내 생각을 훈련하며 뇌를 활성화시키는 겁니다. 핵심은 백가지 사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례들을 살펴보며 몰입에 들어가는 것이죠. 아웃풋보다는 ‘창조’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요? 물론 저도 뽑아낸다, 찍어낸다는 표현을 자주 쓰지만, 궁극적으로 크리에이터의 미션은 ‘창조’입니다. 없던 것을 만들어내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죠. 재료를 수집하고 투입해서 산출하는 방식으로는, 한끗이 다른, 익숙한데 새로운, 돈내고 빨리 받고 싶은 신박한 무언가가 나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인간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언어, 내면의 불꽃에 기름을 붓는 은유, 창조적 자신감을 탑재할 수 있게 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돕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합니다. 공장모델은 어느 시점에 졸업하는 것이 좋겠죠. ‘인풋’ 따위는 없습니다. ‘활성화’입니다. ‘아웃풋’ 따위는 없어요. ‘창조’입니다. 조금 많이 나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조하는 인간의 주체성과 특수성을 인정하고 연금술사의 여정을 돕는 주술적인 언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크리에이터는 예술가가 되어야 합니다. 예술적인 비즈니스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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