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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고 옷을 거래하기가 꺼려진다면 당신은 MZ세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국내 MZ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만 봐도, 중고패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MZ세대가

만약 중고 옷을 거래하기가 꺼려진다면 당신은 MZ세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국내 MZ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만 봐도, 중고패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MZ세대가 주도하는 중고패션 거래의 성장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전체 패션시장 대비 중고패션 시장은 유럽, 남미, 아시아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중고패션 플랫폼인 스레드업 (ThredUP)은 전 세계 중고패션 시장 거래액이 2026년 2180억 달러(약 267조 원)로 증가하고 전체 패션 시장의 1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간단히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옷을 열 번 사면 두어 번 정도는 중고 의류를 구매하게 된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중고패션 거래가 일어나는 번개장터에서도 2022년 한 해 패션 카테고리에서 약 1조 원의 거래가 성사됐다. 번개장터는 2026년까지 중고패션 거래가 약 2.5배 성장해 중고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약 2조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호주 태즈매니아대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스타일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중고 의류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내가 갖고 싶은 특정한 패션 스타일을 백화점이나 SPA 브랜드 진열대에서 찾아 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떤 거대한 유행에 휩쓸리기보단 많이 알려져 있진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탐독하며, 10년 전 유행했던 스타일을 원한다면 중고 거래 사이트나 빈티지 숍을 뒤져 기어이 찾아내 사고야 만다. 이 때문에 이러한 소비 행태를 채굴, 발굴을 의미하는 디깅(digging) 소비라고 부른다. 세련된 스타일은 역설적이게도 유행이 지난 아이템에서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이템을 착용하면 길거리에서 같은 차림새의 사람을 만나게 되지만, 10년 정도 지난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은 구하기 힘드니 같은 차림새의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입은 사람 고유의 취향을 더 돋보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중고 거래는 ‘목적 구매’가 훨씬 많다. 특정한 물품을 중고로 사고 싶으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해당 물품을 검색한다. 이때 가장 빈도가 높은 검색 패턴이 특정 물품의 카테고리가 아닌 브랜드 이름을 찾아보는 것이다. 우유, 주방세제 등 카테고리를 검색한 뒤 뭘 살지를 고르는 ‘쿠팡 쇼핑’과는 확연히 다른 행동 유형이다. 자전거가 아닌 ‘콘스탄틴’ ‘브롬톤’을, 가방이 아닌 ‘프라이탁’을 검색하는 것이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가심비 소비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심비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잔존 가치 보전의 경제다. 지금 사는 옷을 언젠가 다시 중고로 되팔 수 있다면, 구매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재판매 시 가격 방어가 잘되는, 즉 감가상각이 덜 되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사는 게 더 유리하다. 20만원짜리 셔츠를 사서 입다가 15만 원에 중고로 팔 수 있다면, 5만원짜리를 사서 1만 원에 되파는 것보다 현명한 소비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MZ세대는 ‘중고’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중고를 절약이나 가성비 소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나의 주도적 선택, 가심비 소비로 생각한다. 이렇게 중고 거래에 익숙해진 결과 중고 시장을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한다. 1990년대 IMF 시절에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운동이 유행했다. 현재도 존재하는 아나바다 운동의 한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는 1990년대에는 아나바다 운동을 경제 부처가 주도했다면 지금은 환경부가 주도한다는 점이다. 절약으로서의 중고 거래라기보다는 환경보호의 인식 하에 중고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멋진 소비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소비를 가치 소비라고도 하는데 MZ세대는 중고 거래 외에도 친환경 브랜드를 지지하고 소비함으로써 이러한 가치관을 표현한다. 번개장터에서도 친환경 브랜드의 대표 주자인 파타고니아, 프라이탁, 베자의 제품을 찾아 구매하는 가치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3개 브랜드의 번개장터 거래액은 2019년 대비 2022년 205% 증가했고, 3개 브랜드의 검색량은 38%, 거래 건수는 101% 증가했다. 스레드업은 의류를 중고로 구입할 경우 탄소 배출을 60~70%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2022년 번개장터 중고패션 거래량을 기준으로 탄소 절감량을 측정해보면 최소 6439만 6482kg~최대 3억726만 3212kg의 탄소를 절감했다는 결과가 산출된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970만 그루가 한 해 동안 흡수한 탄소의 양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 같은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중고패션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중고패션 시장의 잠재력은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 패션 업계와 유통 업계는 중고패션 시장의 선순환 효과에 주목하며 이것이 한때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구찌, 버버리, 스텔라매카트니 등 명품 브랜드가 중고 시장에 진출했고, 미국의 삭스피프스애비뉴, 영국의 셀프리지스와 같은 고급 백화점도 중고 명품 매장 만들기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북미 최대 중고패션 플랫폼 포시마크를 인수했고, 2022년 신세계그룹은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전체 이용자의 70%가 MZ세대인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그 외에도 일본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의 도쿄 증시 상장,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컬렉티브에 대한 구찌그룹의 투자 등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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