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간다
1 2007년 이통사에서의 일이다. 3G 서비스가 출시되었다. 기술적인 도약을 사용자에게 전하기는 어려웠다. 킬러 아이템으로 잡은 건 영상통화였다. 공공장소에서는 음성통화가 낯선 혼잣말 같은 느낌이 남아있던 때였다. 지하철 입구에서 서비스를 알리는 전단지를 돌렸다. TV에서는 영상 통화를 알리는 광고가 송출됐다. 5G 시대인 지금도 데이터 요금은 이슈다. 그 당시에는 말할 것도 없다. 이통사 직원은 통신요금이 무제한 지원됐다. 어떤 직원은 WAP을 통한 증권 거래로 월에 수천만 원이 과금되었다. 당시는 스마트폰도 없었다. 무엇보다 전화기로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한다는 것은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낯선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보급되고 전파되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 통화는 2023년 지금에서야 커뮤니케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애플은 페이스타임이란 서비스로 플랫폼으로 삼켜버렸다. 전단지를 돌리던 때부터 15년의 시간이 걸렸다. 2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이다. 거리에 세워진 공유 킥보드 라임을 봤다.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국제 면허가 없어서 타보지는 못했다. 그 동네 곳곳에서 꽤 자주 마주쳤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단순한 교통수단이지만 관련된 인프라와, 제도와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까. 약 1년 후 2019년 10월 라임은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 그리고 2022년 6월 철수했다. 라임은 사라졌지만 국내 여러 개의 킥보드 업체들은 남았다. 우리는 인도에 세워진 수많은 킥보드를 본다. 아파트 입구에서도. 헬멧을 쓴 사람은 없다. 경찰에 단속된 사람을 본다. 인도에서 쓰러진 사고도 본다. 이런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우리의 삶에 들어오기까지 라임이란 기업이 생긴 이후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3 개에게 물린 사람은 뉴스가 못된다.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 메타버스, 가상화폐, AI는 버즈 워드다. 물살을 잘 타면 주목받는다. 주목은 곧 가치다. 금방 사라지는 가치다. 가치 없는 가치이다. 새로운 것들은 점점 더 많이 쏟아진다. 양이 늘면 변화를 만들어 낼 확률은 낮아진다. 동시에 우리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아진다. GPT라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다른 버즈 워드와는 달라 보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우리는 GPT나 AI라는 단어를 잊게 될까. 특별함은 곧 익숙해진다. 사람은 잘 적응하는 동물이다. 모두가 특별해진 이후에는 아무도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어항 속 물고기는 물의 존재를 모른다. 처음 어항 속에 들어온 순간에는 낯설게 느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