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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은 요즘 자주 접하는 용어예요. 간략하게 정의하면, 고객이 제품을 선택해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겪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포트나 제안서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데, 사실 실제로

‘고객 경험’은 요즘 자주 접하는 용어예요. 간략하게 정의하면, 고객이 제품을 선택해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겪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포트나 제안서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데, 사실 실제로 크게 와닿은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선물을 사기 위해 이솝 매장에 들렀다가 ‘아, 이게 바로 고객 경험이구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제품을 사는 과정이 ‘쇼핑’이 아니라 마치 해외 고급 리조트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는 것 같았거든요. 매장 외관부터 제품을 팔기 위한 다른 여느 매장과 다릅니다. 이솝 매장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인테리어가 가장 큰 특징으로 선반 위엔 가지런히 놓인 갈색병이 가득합니다. 또 매장 안에는 아로마 향이 가득해요. 입구에 발을 내딛는 순간, 콧속부터 머릿속까지 환기됩니다. 매장 직원은 ‘컨설턴트’라고 불러요. 물건을 팔기 보다 고객에게 알맞은 제품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겁니다.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1:1로 붙어서 접객을 합니다. 이들의 서비스는 다른 브랜드와 결이 달라요. ‘고객은 너무 다가가면 부담스러워하고, 무관심하면 무시당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빠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백화점 고객 서비스 매뉴얼이에요. 그래서 고객과의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이솝은 매우 적극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갑니다. 과감히 대기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랜 시간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제품을 추천해요. 필요하다면 매장의 싱크대에서 손을 닦으며 제품을 테스트해 보기도 합니다. 이걸 이솝에서는 싱크데모(Sink Demo)라고 부르는데요, 이를 위해 모든 이솝 매장에는 싱크가 설치돼 있으며, 싱크는 매우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솝의 첫 시작은 호주의 작은 미용실이었습니다. 창립자 데니스 파피티스는 ‘아마데일 헤어살롱’이라는 동네 미용실을 운영했어요. 손님을 가려 받을 정도로 까다로운 헤어 디자이너로 유명했던 그는 당시 사용하던 헤어제품이 성에 차지 않았어요. 화학약품 일색이던 염색약이나 스타일링 제품은 냄새가 고약하고 피부에도 좋지 않았거든요. 늘 불만이 가득한 그에게 어느날 귀인이 등장합니다. 다름 아닌 그의 직원이었던 수잔 산토스(현재 이솝 글로벌 최고 고객 책임자)예요. 수잔은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고, 데니스는 그 말을 들었어요. 염색약에 천연 에센셜 오일을 섞어 효능와 향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듭니다. 데니스는 식물성 원료를 기본으로 한 헤어제품 개발에 몰두했고, 이후 스킨·바디·핸드·향수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나갑니다. 변화와 혁신! 많은 브랜드가 좋아하는 말이지만, 이솝에겐 가장 경계하는 표현입니다. 보통 이솝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데 3~4년, 길게는 10년의 시간을 투자합니다. 이렇게 제품을 출시하면, 보통의 브랜드는 긴 개발 기간과 완벽한 효능을 강조해 알리고 싶어하죠. 유명한 모델을 기용해 깨끗한 피부를 클로즈업해 보여주고, 사용한 좋은 원료를 보여주며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총동원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솝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신들이 사용한 유기농 원료에도 ‘자연주의’ ‘유기농’이란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식물 기반 원료를 과학 기술에 기초해 만들었다’ 정도로만 얘기해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신뢰를 더 얻었어요. 이들의 담백함과 과장하지 않는 태도에 말이죠. 심플함과 일관성으로 유명한 브랜드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이 애플이라고 하겠지만, 이솝 또한 복수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이솝의 제품은 심플한 패키지에 담겨 있어요. 갈색병에 붙어있는 베이지색 라벨에는 장식이라고는 검은 띠 한줄이 전부이고, 간결하게 제품 설명만 적혀있습니다. 가장 최소한의 디자인을 한 것 같지만, 그 단촐함이 곧 이솝의 브랜딩이 되었어요. 이제는 많은 신생 브랜드가 이를 따라 하려고 하죠. 또한 친환경이라는 메시지가 일관적으로 적용됩니다. 이솝이 갈색병을 쓰는 이유는 빛과 자외선 투과를 막아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어요. 이로 인해 방부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죠. 병과 종이 박스 또한 재활용한 재료로 만들고, 일회용 쇼핑백 대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패브릭 주머니에 담아 줍니다. 인쇄물도 모두 식물성 콩기름 잉크만을 사용하고요. 심지어 매장 인테리어도 폐점하는 다른 매장의 가구를 재활용합니다. 이솝의 브랜딩에서 가장 독특하게 느껴지는 것은 제품 디스플레이 방식입니다. 보통 매장 디스플레이는 제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적은 수의 제품을 전시하고 많은 여백 공간을 확보해요. 그런데 이솝은 정반대입니다. 선반에 많은 수의 제품을 홀수 단위로 정갈하게 배열해 둡니다. 이솝 컨설턴트들의 중요한 일의 하나가 제품의 열과 오를 맞추는 것이라고 해요. 통일성 있는 갈색 병들이 모던한 인테리어의 매장에 정갈하게 전시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풍성함과 우아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렇게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에 공을 들이는 이솝의 매출 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 채널의 활약 덕이 큽니다. 이솝의 베스트셀러 ‘레저렉션 아로마틱 핸드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판매량 상위 3위 내에 꾸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선물하는 풍조가 퍼지며 얻은 호재였죠. 그렇다면 그간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에 집중한 이솝의 브랜딩은 잘못된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솝의 뛰어난 제품과 고객서비스,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꾸준히 매장을 통해 구현해 온 결과가 온라인 매출을 통해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만원 대의 작은 핸드크림이 인기 선물 아이템으로 등극한 데에는, 이솝이라는 브랜드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온라인 시대에도 오프라인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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