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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룰 만큼 이루고, 가질 만큼 가졌는데도 “따분하고 지루하다. 사는 게 무의미하다”고 했다. 고통은 없지만 기쁨도 사라진 듯 보였다. 작은 창문 하나를 가진 네모난 진료실에서 우울하단 이야기들

그는 이룰 만큼 이루고, 가질 만큼 가졌는데도 “따분하고 지루하다. 사는 게 무의미하다”고 했다. 고통은 없지만 기쁨도 사라진 듯 보였다. 작은 창문 하나를 가진 네모난 진료실에서 우울하단 이야기들을 오전 10시부터 저녁까지 들어야 하는 필자의 처지와 비교하면 그의 삶이 월등히 나아 보이는데도 말이다.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느끼기 위해서는 삶의 조건을 초월하는 또 다른 뭔가가 분명 필요한 것이다. 기호와 가치관에 따라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이런 종류의 괴로움에 시달리는 가장 흔한 이유는 호기심이 증발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향한 관심이 사라진 게 불행의 원인이었다. 그들의 표정을 읽어 나가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갈망하는 걸 손아귀에 쥐더라도 탐구심만큼은 절대 내려놓아선 안 되겠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필자는 거대한 정치 담론이나 사회를 관통하는 트렌드 기사보다 해외토픽이나 소소한 미담에 눈길이 더 쏠린다. 신기한 가십을 보면 눈이 동그래진다. 카페 창가 자리에서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과 옷차림, 걸음걸이를 보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며 마치 소설가가 된 것처럼 상상해본다. 지구에 사는 동안 육안으론 절대 볼 수 없는 달의 이면을 보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말이다. 세상 재미를 쫓는 필자 나름의 또 다른 방법은 음악 발굴이다. 세상 곳곳에 흩어진 진귀한 노래들을 손가락만 까딱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귀가 밝아지는 소리를 발견하면 황금을 얻은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뮤직앱에 어떤 새로운 곡이 발매됐을까’하고 궁금하다. 요리를 하더라도 정해진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기분에 따라 소금을 조금 더 치기도 하고, 때론 덜 넣는다. 고춧가루 대신 핫소스를 뿌려 보기도 한다. 맛이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한 끼 재밌는 식사를 했다 치면 된다.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이 감각 통로를 통해 들어와 뇌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익숙한 것만 통과하지 않도록 감각 통로를 사방팔방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일을 그르쳤을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호기심을 키워보자. 실패에 주눅 들지 말고 “이번 일로 무엇을 배웠나?”하고 궁리해 보는 거다. 깨달음을 얻었다면 좌절 경험은 귀중한 데이터가 된다. ‘덜 익고 엉성한 나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채워나갈까?’라고 구상할 줄 아는 이는, 보탤 것 없이 완벽한 이보다 미래가 점점 충만해질 테니 더 행복한 사람이다. 학교에서도 시험 만점 받는 법을 가르칠 게 아니라 학생들이 제 스스로 호기심을 일으키고, 그것을 충족시키고,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가는 법을 터득할 수 있게 도와야 하지 않을까? 미지의 삶은 불안하다. 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재밌는 것이다. 무지의 인식이 기쁨을 끌어당긴다. “내 인생에 앞으로 무엇이 더 찾아올까?”라고 궁금증을 키울수록 (행복은 보장 못하지만 적어도) 불행은 덜 느끼게 막아준다. 숫자가 아니라 호기심의 강도가 나이를 결정한다. 아무리 젊어도 ‘더 알고 싶어!’라는 욕구가 희석됐다면 이미 노인이다. ‘세상이 불확실하고 잘 모르는 것투성이라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여전히 청춘이란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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