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뉴스레터는 ‘꾸미기 올림픽’이 되었을까
사실 꽤 오래 전부터 던져왔던 질문이 있다. 왜 뉴스레터는 한국에 와서 ‘꾸미기 올림픽’이 되어버렸을까? 뉴스레터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이모티콘, 반말, 디자인 요소, 색채, 볼드 등 글쓰기보다 오히려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편집요소 등에 가까운 것들의 모자이크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유명한 뉴스레터들이 ‘쉬움’과 ‘친근함’을 핵심 장점으로 브랜딩을 해서 대중화에 성공했기 때문일 것 같은데, 물론 바로 이 지점이 수익화에 치명적이라는 점은 역설적이다. 즉 널리 알리기 위해 쉽고 친근하게 진입장벽을 낮췄는데, 너무 낮춰버려서 구매의사가 생길수 없는 지점에 포지셔닝을 잡아버린 것이 아닌가. 해외 뉴스레터 중에도 유독 ‘스타일’에 집중한 것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시사, 지식에 관한 한 뉴스레터가 ‘꾸미기 올림픽’과 가장 깊게 결부된 것은 한국 로컬의 특수한 현상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여기에 ‘MZ세대’나 ‘문해력’이라는 키워드를 소환할 것이나 나는 그러고 싶지는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세대든 문해력이든 ‘텍스트’라는 매체의 가장 강력한 매력은 결국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이모티콘을 때려박든, 컬러를 입히든, 볼드를 사용하든, 중간에 영상을 넣든, 고슴도치가 아니라 십이지신 귀요미들을 쏟아붓든, 결국 편지(뉴스레터)는 텍스트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미디어의 본질이다. 스토리텔링이 잘 된 디지털 텍스트는 참 매력적이다. ‘보기’가 아니라 ‘읽기’가 가능한 독자에게 다른 요소는 본질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왜 뉴스레터는 한국에 와서 ‘꾸미기 올림픽’으로 전락해버린 것일까? 유료화나 비즈니스화에 성공한 뉴스레터가 유독 이렇게 적어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의견이 갈릴만한 주제이며, 사실 한국의 뉴스레터가 유독 꾸미기에 집중한다는 주장도 정량적 데이터가 아닌 개인적인 관찰에 기반한 내용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주장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는 ‘디지털 글쓰기는 장르가 조금 다르다’라는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이 매우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출판 미디어는 공급자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인쇄된 문자는 ‘마른 잉크’의 확정적인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진리값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며, 종이 출판에는 비용이 들고 모든 글이 책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텍스트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뿐더러 작가의 저자성과 권위에도 힘이 실린다. 출판 미디어의 글이 어렵고, 길고, 복잡해지는 데는 미디어 자체의 성격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는 다르다. 출판 비용이 사실상 제로이고 게이트키핑도 없기 때문에 작가는 힘이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디지털 공간에서는 동일하게 경쟁한다. 서점의 특정한 공간을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든 무명 작가든 메일함에서는 공평하게 경쟁한다. 힘을 가진 것은 독자이며, 그렇기 때문에 쉬운 글이 각광 받는다. 기존의 작가들은 콧대가 높아 자신의 글쓰기 스타일을 고수하고, 길고 어려운 글이 더 좋은 글이라고 믿었으며, 이를 독자에게도 강요했다면, 초기 뉴스레터 작성자들은 쉽고 친근하고 재미있는 글이어야만 디지털 독자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정에서 반으로 간 것이다. 아직 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좀 아쉽지만. ‘꾸미기 올림픽’ 경쟁의 결과가, ‘뉴스레터는 한물 갔다’라고 하는 시장의 반응이다. 스토리텔링이 정말 뛰어난 디지털 작가의 글을 최근에 읽어본 적이 있는가? 페이스북에 널린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을 제치고 글이 쉬운데도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작가를 뉴스레터로 만난 적이 있는가? 뉴스레터는 예쁘고 재밌고 쉬워야 한다는 편견 때문에 오히려 콘텐츠가 하향경쟁race to the bottom을 한 것은 아닌가 한다. 꾸미기가 아니라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읽기와 쓰기 교육이 허약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콧대가 높은 출판 계열의 작가들은 디지털에 관심이 없거나, 디지털을 못하거나, 디지털 글쓰기가 어떻게 다른지 학습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미 글을 잘써서 책낸 사람들이 아니라면 스토리텔링을 참고할만한 사례도 부족했을 것 같고. 한국의 뉴스레터가 유독 ‘브랜드화’된 것 같은 인상을 풍기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개인 필자의 실력으로 콘텐츠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을 것이고, 사실 나도 ‘글쓰기가 매력적인 뉴스레터 필자’라는 키워드로 뇌를 검색하면 나오는 작가가… 부끄럽지만 한두명 정도밖에 안된다. 해외에는 유명 필자나 작가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유/무료 뉴스레터가 널려있는데 말이다. 디지털 글쓰기는 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일단 쉽고 재밌는데 인사이트까지 제공해야 한다. 각잡고 해독을 해야될 수준으로 쓰면 안된다. 그러면 죄송하지만 책보는게 낫다. 한자어나 외래어를 남발해서도 안된다. 유체이탈 화법에 인용을 때려박아서 누가 썼는지 모르는 외계어를 쓰듯이 쓰는 칼럼 특유의 문체도 곤란하다. 그냥 글쓰기가 좋아야 하고, 그냥 작가의 관점이 새롭고 신선해야 한다. 꾸미기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어차피 돈을 낼 사람들은 ‘보기’보다는 ‘읽을’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글쓰기’ 훈련이 된 작가가 많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생성형 인공지능이 왔기 때문에 일정 실력 이상의 작가가 아니라면 많은 이들이 글쓰기 훈련 자체를 스킵할 것 같기도 하다. 전문성 있고 글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다 해먹는 미래가 올수도 있다는 것. 나는 이 임계점을 넘었는가 하면, 사실 모른다. 그냥 글쓰기가 재밌고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좋을 뿐.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한국 뉴스레터가 유독 ‘꾸미기 올림픽’이 되어버렸다는 관전에 동의하시는지? 그 이유가 ‘디지털 글쓰기’가 어떻게 왜 다른지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 적은 것 같아서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