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일삶기록 (work & life) 541 넷플릭스에서 ‘길복순’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스포일러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죽여 주는 이야기’라는 정도만 공유하겠습니다. 공교롭게 최근 사람을 죽이는 콘텐츠를 자주 시청하게 되는 것이 마음에 스트레스가 조금 쌓인 모양입니다. 스토리는 동서양의 킬러 영화를 짬뽕해 놓은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작품 완성도가 낮거나 재미가 없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를 외치고 싶을 만큼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특히 장면 연출과 미장센이 시각적 요인에 반응도가 높은 저에게 멋진 영화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하이라이트 한 장면만 꼽으라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순간입니다. 재일교포 출신 야쿠자를 암살하려는 주인공 길복순은 암살 대상이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진검 승부를 벌여보자고 제안합니다. 일본 야쿠자는 일본도를 들고, 길복순은 이마트에서 산 3만 원짜리 손도끼를 들고 치열한 싸움을 합니다. 주인공 길복순은 싸움에서 불리해지자 잠시 장비를 바꾸자고 하는데 일본 야쿠자가 쿨하게 ‘얼마든지’라고 외치는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길복순이 바꾼 장비는 소음기 달린 권총이었고, 일본 야쿠자를 가볍게 총으로 제압하는 오프닝입니다. 아, 일본 야쿠자가 죽어가며 길복순에게 한국어로 찰진 욕 한마디 던지는데요. 일본어로 간지를 떨다가 비열한 승부 앞에 치사한 상대를 향한 욕지거리가 웃기면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주인공 길복순이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라는 역할을 보여주는 장면들입니다. 킬러도 평범한 모습이 있다? 킬러도 모성애가 있다? 감독님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킬러의 인간적인 갈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하는데 정말 별로였습니다. 고등학생은 반항적일 것이라는 뻔한 설정과 사춘기 딸과 옥신각신하는 뻔한 장면들, 동성애라는 과한 설정까지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진부한 소재가 보는 내내 답답하여 딸을 퇴장시키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딸 역할을 하신 분께 악의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사실 킬러가 있다는 것과 쿨한 그들의 일상이 말도 안되지만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영화라고 생각하며 보기 때문에 말도 안 되게 재미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작품 연출이 좋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출연 배우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기하여 내용이 어색하지 않고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하나의 작품이 평가받는 요소는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도 영화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도 새삼 느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무엇을 할 때 완성도에 대한 강박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 여러분도 기억하시기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