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상 생활에서 재미를 별로 못 느낀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던 찰나, 혹시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봤다. 마침 자기통제를 지나치게 잘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성실한
요즘 일상 생활에서 재미를 별로 못 느낀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던 찰나, 혹시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질문해봤다. 마침 자기통제를 지나치게 잘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성실한 사람이라는 평가 못지 않게 “지나치게 로봇같고 비인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연구를 봤다. 열심히 살면 기계같은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퍼듀대의 연구자 사만사 랩카(Samantha Lapka)와 동료들은 사람들에게 주변 지인들 중 꽤 성실한 사람 한명과 적당히 성실한 사람을 각각 떠올리게 한 후, 얼마나 차갑고 로봇 또는 기계처럼 느껴지는지 평가해보게 했다. 그 결과 평균 이상으로 성실한 사람들을 떠올렸을 때 적당히 성실한 사람들에 비해 더 로봇 같고 딱딱하며 차가운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성실한 사람들에 대해 로봇 같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경향은, 이들과는 시간을 비교적 덜 함께 보내고 싶다고 응답하는 것과도 관련을 보였다. 물론 성실하고 자기통제력이 높다고 해서 불행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일례로 시카고 대학 심리학자 빈헬름 호프만(Wilhelm Hofmann)등의 연구에 의하면, 성격적으로 성실하고 체계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전반적인 행복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실한 사람들은 해야 하는 일이나 의무와 관련된 갈등, 예컨대 일을 잔뜩 미루다가 밤을 새우거나 일을 제대로 마치지 못해 본인 및 주변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등의 참사를 덜 겪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통제력이 높다고 해서 딱딱하고 차가울 것이라고 보는 것 또한 편견에 가깝다.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예의를 잘 지키고 약속을 잘 지키는 등 신뢰를 잘 얻고 인간관계도 더 좋은 편이라는 연구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사회생활이란 싫은 사람도 견뎌내고 예의범절이나 미소짓기 따위를 관두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통제력이 좋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장기적으로 더 인간관계가 좋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랩카의 연구에서 지적하듯이 자기통제력이 만능인 것만은 아니다. 자기통제력이 높다고 해서 차가운 사람인 것은 아니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면은 실제로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기통제의 반대말인 충동성(impulsivity)과 재미추구 사이에는 강한 관련성이 나타난다. 혼자 조용히 차를 홀짝이면서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감과 달리, 재미란 일반적으로 판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 일탈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산다고 불행하고 차가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는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람들이 성실한 타인에 대해 로봇같다고 평가하는 것은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는 것이다. 삶의 다양한 참사를 막아내고 목표한 바를 어느 정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행복과 건강에 도움이 될 때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나의 행복과 건강을 갈아넣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금 상기해보았다. 매일 매일 할 일을 때려치면 안 되겠지만 이따금씩은 소소한 일탈을 부려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수업이나 자율학습을 째고 놀러다녔던 것만큼 재미있었던 일이 또 없었던 것 같다. 누리고 싶은 해방감이 있는지,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