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님 인터뷰에서 발견한 사고방식에 대한 단상
01.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엿본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보통 사고방식이라고 하면 개인의 가치관이나 철학, 신념과 맞닿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사고방식의 본질은 '자신의 생각과 결정을 어떤 방법으로 끌고 나가느냐'에 있습니다. 나에게 특정한 입력값이 주어졌을 때 이걸 두고 어떻게 생각을 전개해나가는지, 이어지는 선택의 순간에서 어떤 결정들을 내리며 앞으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그러니 사고방식은 일종의 사고방법이자 사고방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02. 이틀 전 허핑턴포스트에서 가자 장기하님을 인터뷰한 기사를 봤습니다. 솔직히 음악 스타일이 제게 꼭 맞는 건 아니라서 이 분의 음악을 즐겨듣진 않지만, 글이나 말은 또 굉장히 매력 있어서 집필하신 책, 인터뷰 영상들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심지어 노래 대신 가사만 찾아본 곡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결정을 내리며 앞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들을 부분 발췌해가며 제 생각을 한 번 덧붙여보고자 합니다. 03. 💬 "인터뷰하면 제 생각을 알리는 것도 알리는 거지만 말하면서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거든요." 저 역시 '표현은 곧 정리'라고 생각합니다. 말하거나 글 쓸 때 자신의 생각을 무한정 발산하기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표현이 커뮤니케이션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잘 표현한다는 것은 잘 정리한다는 의미와 같다고 봅니다. 머릿속에 떠돌던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나오고, 문자를 통해 기록되면 그 짧은 한순간 한순간에도 스스로를 갈고 다듬어 가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잘 표현함과 동시에 잘 정리해나가는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04. 💬 “앞장서는 사람도 사실은 잘 모른다고 생각해요. 단호하게 ‘해’ 하지만, 사실은 할 건지 말 건지 잘 모르는 게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요즘 일을 하며 겪는 가장 큰 고민이라 그런지 이 말이 참 깊게 와닿더라고요. 저는 본인이 맞다고 주장하는 것을 설득과 확신으로 바꾸지 못하고 아집의 수준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 대부분의 공통점은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었죠. 알면 아는 선에서 설득하면 되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도움을 요청하면 되는데 '모르는 것을 아는 척, 아는 것을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면 그때부터 협업과 의사결정에 비극이 찾아온다고 봅니다. 본인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거라 믿지만 의외로 그런 포인트들은 티가 참 빨리 나거든요. 그러니 내 의사결정, 내 사고방식에 대해서 솔직한 부연 설명을 해주며 내가 왜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05. 💬 "록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우리말을 다루는 방식에선 저만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창완·배철수·송창식 선배님 노래를 바이블 삼아 우리말을 우리말스럽게 노래하는 방법을 부단히 고민하고 연구했거든요. 이를 바탕으로 다른 요소 다 빼고 내 말만 있는 노래를 만든 뒤 누구나 쉽게 쓰는 소프트웨어로 소리를 입혀봤어요." 인터뷰 내용 중 가장 공감한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무엇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자기만의 영역이 있다'는 말을 저는 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하나의 틀로 굳어지지 않고 유연하게 발전시키고 업데이트 시켜나가는 케이스를 보면 리스펙하는 감정이 절로 생깁니다. '갖춰져 있되, 굳어지지 않게'라는 건 말처럼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죠. 그러니 어쩌면 기발한 생각, 다양한 시도라는 것도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강박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하면 나답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으면 그다음에는 어떤 연장을 고르고 얼마만큼 잘 다뤄야 하는지를 고민하면 되는 거니까요. 06. 저는 이런 인터뷰들을 보면 한 번씩 이렇게도 생각해 봅니다. '나에게 저 질문을 했다면 나는 뭐라고 답했을까?' 그러니 시간이 되신다면 이 인터뷰 전문을 한 번 읽어보시고 여러분 스스로에게도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표현을 하는 게 곧 정리의 과정이라면, 질문을 하는 것도 곧 답을 찾는 과정일 수 있으니까요. 타인을 위한 물음이 가끔은 나에게 선물 같은 답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