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AI 스타트업과 쿠팡을 박차고 들어간 커뮤니티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AI 기술을 활용하길 원하는 기업 고객들을 여럿 접했다. 얘기를 나눠 보면, 이들이 원하는 건 최신의 AI 기술이 아니라 ‘고객 분석’이었다." "예를 들어 화장품 제조사는 스마트스토어에 올라온 수천, 수만 개의 고객 리뷰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길 원했다. 화장품의 촉감, 트러블 여부, 발림성 등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고객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문제는 ‘어떤 기술이냐’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였다." "쿠팡은 내가 가진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하기에 적합한 조직이었다. 수많은 고객의 피드백이 남아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매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를 보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찾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일을 맡아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업무 자체에서 오는 보람도 컸고 경제적 보상도 얻으며 일했다. 그러나 개발자로서 내가 마주한 건 고객의 목소리 자체라기보다 이미 분석과 정리가 완료된 결과물로서의 숫자들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지나치게 명료했다. 그래서 내 일이 ‘고객의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무미건조한 KPI 달성’인 것처럼 느껴졌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점도 도전의 불씨를 꺼트렸다. 경제적 보상이나 복지 등 이런저런 조건이 좋으면 안주하기 쉽다. 스타트업에 비해 경제적 안정성이나 취미 생활, 가족과의 시간 등을 일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동료들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화 주제도 골프, 가족, 부동산 같은 것들이다. 이런 얘기를 듣고 있으니 내가 인생 설계를 잘못했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다. 더 할 수 있는데 여기서 손을 놓고 싶지 않다. 그래서 환경을 바꾸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그래서 ‘창업가들의 마을’이라 불리는 논스(nonce)에 덜컥 살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