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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후 16년 근무한 대기업을 퇴사하였다]

몇 달 전 종종 연락하고 지내는 스타트업 대표님과 식사했다. 내가 올해 퇴사를 하고 글 쓰는 것에만 몰두하는 게 안쓰러우셨는지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근황을 물어보셨다. “그래서 책은 잘 준비되고 있어요?” 평화롭고 여유롭던 식사 분위기가 순간 긴장되고 무거워졌다.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봐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쓰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벤처캐피탈 심사역 인터뷰하시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세요?” 내 속을 다 드러내면 안 될 것 같았지만 나 또한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는지 말이 쏟아져나왔다. “섭외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몇몇 분들은 자신의 벤처투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시고, 다른 분들은 요청에 회신조차 하지 않으시고요.” 대표님은 순간 진지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물으셨다. “제가 아는 벤처캐피탈 심사역이 한 분 계시는데 만나보실래요?” 대표님이 워낙 성실하고 성품이 좋은 분이었기에 추천하시면 신뢰할 수 있어서 바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지금 바로 그분에게 연락해 주세요.” 덕분에 몇 주 후 한 벤처캐피탈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질문을 던지는데 그는 모든 답변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했다. 테트리스에서 블록이 어떻게 떨어져도 완벽하게 맞추는 것처럼 능숙하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심지어 대기업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과 마흔을 넘어 새로운 업에 도전한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인터뷰이는 그간의 고생이 많았겠지만, 나는 새로운 시각에서 신선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조용히 쾌재를 불렀다. 아주 조용히. 🔻 진행된 인터뷰 중 일부 🔻 ❓ Q. SK텔레콤에서 16년 장기간 근무하였는데 주로 어떤 업무를 하였나요? ✔ 인턴십이 끝나고 SK텔레콤에 정식으로 입사하였는데 이전에 인턴으로 근무하였던 신규사업 부문으로 발령이 났어요. 그곳에서 신규 서비스 기획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1년에 서비스를 하나씩 출시했어요. 더구나 한 사람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부 도맡다 보니 업무 강도가 혹독했지만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이불 싸 들고 출근해서 회사에서 밤을 새울 정도로 재밌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그때는 핸드폰 브라우저가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지원하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저는 이 기회에 네이트의 UI를 개선하자고 제안했어요. 기존에는 메뉴가 텍스트로만 상하로 나열되어 있어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메뉴를 찾기 힘들었거든요. 화면을 격자로 나누고 각 칸에 이미지를 넣어서 더 직관적인 화면을 기획했어요. 제 기획안이 네이트 첫 화면에 적용되었어요. 너무 신기했던 게 경쟁사인 KT와 LG U+도 비슷한 UI를 도입하기 시작했어요. ❓ Q. SK텔레콤에 근무하던 중 미시간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하신 이유와 성과가 궁금합니다. ✔ 저희가 만든 서비스를 선보이면 경쟁사들은 이를 참고하여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기 바빴지만, 저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조금 더 체계적이고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전문가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기획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HCI는 사람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최적의 UX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죠. University of Michigan - School of Information에 Human-Computer Interaction 석사과정이 있었어요. 사용자 경험, 인터랙션 디자인, 정보 시각화 등 다양한 HCI 분야를 다뤘어요. 석사 과정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여 HCI팀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HCI팀에서는 다른 팀의 서비스 기획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어요. 예를 들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려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의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방향성을 잡아주었죠. 대기업에서는 순환 근무이다 보니 배경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서비스 기획을 맡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출시된 후에도 고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정성적인 인터뷰와 정량적인 데이터 조사를 통해 잠재적인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서비스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지독하게 시행착오를 겪었던 경험이 제가 스타트업에 조언을 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돌이켜 보면 커리어에서 쓸모없는 경험은 결코 없어요. ❓ Q. 오랜 기간 근무하였던 직장을 퇴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워커홀릭이었어요. 일을 너무 좋아해서 건강은 뒷전이었고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일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죠. 그 결과 폐렴을 얻고 기관지도 약해지게 되었어요. 미뤘던 건강검진을 하였는데 종양표지자인 CA 19-9 수치가 정상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췌장암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몇 달 후 재검을 받으니 의사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수치가 이전보다 더 올라갔는데 이 정도면 췌장암 아니면 난소암이 의심됩니다.”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펑펑 울었어요. 지옥 같은 2주가 지나고 최종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다행히 암은 아니었어요. 암은 면했지만, 이 일로 평소 신념과 가치관에 큰 변화가 생겼어요. ‘이렇게 일에 빠져 사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내일 죽으면 미련이 없을까?’ 건강이 악화하니 우리 삶이 결국 유한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지난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즐겁고 설렜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제 커리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 기획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에 비해 짧았지만, M&A팀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 그들의 열정을 마주하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때였어요. #venturecapital #biggestdecisions #hci #nowornever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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