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의과대학 교수 한 분의 에피소드다. 그는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호르몬과 관련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데 그가 환자들에게 잘 하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이 병의 원인은 유

의과대학 교수 한 분의 에피소드다. 그는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호르몬과 관련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데 그가 환자들에게 잘 하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이 병의 원인은 유전입니다”이다. 사실 이 말은 많은 의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증상의 원인과 관련된 사실적 정보를 있는 그대로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의료인의 의무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상처받는 것은 환자의 몫이다. 고통을 물려준 부모를 원망하는 것도, 자신의 처지를 가엾게 여기는 것도 그들이 겪어야 할 통증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교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꾼다. “이 병 때문에 환자분 부모님도 똑같은 고생을 하셨네요.” 무엇이 다른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전자를 기능적 언어로 후자는 소통적 언어로 각각 부르고 구분한다. 그 교수는 동일한 사실을 알려주면서도 소통적 언어를 사용해 상대방이 느낄 감정을 세심하게 어루만졌던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부모님을 원망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기능적 언어는 상대방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역할에 충실한 언어다. 따라서 간결하고 명확하다. 하지만 소통적 언어는 좀 더 길다. ‘유전’이라는 명사로 함축시키기보다는 ‘이것 때문에 같은 고생을 하셨다’고 경험이 만들어 낸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의 장단점은 확연히 갈린다. 그리고 당연히 두 가지 언어 모두 필요할 때가 있다. 그래서 사회나 조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대화의 당사자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는데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는, 소통적 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상대방이 기능적 언어를 구사할 때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대부분 리더, 교사, 부모가 기능적 언어를 사용하는 데 반해 팔로어, 학생, 자녀는 소통적 언어를 원할 때다. 즉 힘이나 권위 있는 쪽의 기능적 언어 때문에, 소통적 언어를 원하는 약하고 낮은 쪽이 느끼는 서운함 혹은 울화가 올라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그저 감정적인 대화가 소통의 언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문제는 상대방의 고민을 줄여주는 데 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를 ‘매뉴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대화’로 꼽는다. 예를 들어보자. 꿈나무 카드와 같이 결식 아동을 위한 카드가 얼마 전부터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 이 카드를 갖고 실제로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사용을 할 때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꿈나무 카드를 사용할 때 ‘이건 살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편의점 사장님이나 직원들의 마음까지도 아프게 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했다. 바로 기능적 언어로 인해 소통이 어려운 상황을 만든 경우다. 카드를 만든 사람은 어떤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 매뉴얼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카드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매뉴얼이 어렵기 그지없다. 그래서 심리학적으로, ‘○○는 살 수 있다’ 혹은 ‘○○은 가능하다’와 같은 말들은 판단과 실행이 매우 어려운 말이 된다. 그렇다면 소통적 언어는 무엇일까? 의외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 바로 ‘XX 빼고는 다 가능하다’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 된다.

알림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