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갤의 빌런은 회사에도 있다
에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이하 ‘하이볼’)라는 새로운 빌런이 등장합니다. 이전 마블 시리즈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빌런 타노스가 ‘우주의 인구 감소’를 중요한 비전으로 생각했다면, 하이볼은 ‘완벽한 생명체 만들기’를 목표로 삼고 있어요. 스스로를 창조자라고 생각하는 이 빌런은, 기존의 생명체를 가혹할 정도로 분해하고 개조하여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착합니다. 완벽한 생명체들로만 이루어진 완벽한 세상을 창조하고 싶다고 말하면서요. 하이볼의 광적이고 잔인한 모습은 빌런으로서 인상적이지만, 막상 그의 행보를 보면 답답합니다. 기존 생명체의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바꾸어야 완벽한 생명체가 될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보이거든요. 생명체들이 가진 문제는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생명체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시청자들에게 전혀 전해지지 않습니다.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막상 반 도화지에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낙서만 하고 있는 어린 아이처럼요. 그래서 하이볼이 만들어 내는 개조된 생명체들은 단순한 상상력조차 벗어나지 못한, 그저 '괴생명체'로 보일 뿐입니다. 동물의 일부를 로봇으로 개조하거나, 인간 모습의 동물을 만들거나,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로봇같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전부에요. 스스로를 ‘창조자’라고 칭하는 존재가 수십년 동안 집착하여 만들어 낸 생명체들이 고작 이정도라니 참 답답합니다.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실험광' 빌런에 의해 실험이라는 끝없는 고문을 당하는 생명체들을 보며 우리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그의 지향점은 그저 '잔인함'으로 보여요. 명확한 이유와 목표,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가졌던 전작의 빌런 타노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의 주인공인 ‘로켓’도 이 실험의 피해자입니다. 로켓은 고문과 같은 실험을 통해 높은 지능과 말하는 능력을 얻었지만 상처투성이에요. 지구의 동물들의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진지한 생각이 없던 하이볼은 평범한 너구리였던 로켓에게도 잔인한 실험을 가했고 그 과정에서 로켓은 소중한 친구들을 모두 잃고 간신히 도망칩니다. 영화의 결말에 다다라서는 도망친 로켓이 다시 빌런 하이볼을 대면하게 돼요. 하이볼은 실험의 유일한 성공작인 로켓을 오랫동안 찾아다녔고, 로켓은 더 이상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 했거든요. 이때 하이볼은 또 다시 완벽한 생명체에 대한 본인의만의 허접한 비전을 거창하게 설명합니다. 그 말에 로켓은 이렇게 답했고, 저는 이 대사가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해요. “넌 생명체의 완벽함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현재의 생명체들이 싫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