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10 ] ⟪위어드 - WEIRD⟫
📌 이럴 때 추천해요 : "우리가 살고 있는 플랫폼의 기원이 궁금할 때" 01. 보통 책을 추천할 때 이른바 '강추'하는 걸 지양하는 편입니다. 아무리 평이 좋은 책이고 저 또 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책이더라도 각자의 취향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주로 '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정도의 표현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고 말이죠. 02. 근데 정말 오랜만에 개인적인 추천지수가 꽤 높은 책을 한 권 만났습니다. 바로 '위어드(WEIRD)'라는 책입니다. 제목은 현대 서구 사회 문명을 이끌어 온 다섯 가지 키워드, ① Western (서구의) ② Educated (교육 수준이 높은) ③ Industrialized (산업화된) ④ Rich(부유한) ⑤ Democratic (민주적인)의 앞글자를 따서 완성했죠. 우리가 사는 시대의 문화와 역사는 물론이고 인식과 뇌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 서양의 문명을 제대로 고찰한 책이 바로 이 '위어드'입니다. 03. 좋았던 점을 설명드리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두껍고 무겁습니다 ... 😭 총 페이지 수가 무려 768쪽에 달하며 가격도 4만 원이 넘거든요. 저 역시 이 책을 완독하기까지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요, 하지만 읽고 나서는 정말 너무도 좋았던 나머지 인상 깊었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발췌독 해서 읽어나갔습니다. 구성도 흥미진진하게 짜여 있어서 읽다 보면 내가 알던 일반적인 이론이나 제도가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04. 순순히 인정하든 아니면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든 간에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서구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나마 동양에 사는 우리야 문화나 언어, 가치관들이 서양과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어도 현재 우리가 삶의 영위하는 모든 기반은 서양의 것이라고 봐도 비약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작동 원리가 어디서부터 태동했고 왜 탄생했는지에 아는 것은, 단순한 뿌리적 역사가 아닌 진화적 역사를 이해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05.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얘기지만 저는 이런 책은 일단 사서 책장에 꽂아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위스키 마시듯 생각날 때마다 책을 열어 맘에 드는 챕터를 홀짝홀짝 음미하다가 좀 더 즐겨도 좋겠다 싶은 날엔 속도도 내보고 분량도 채워보는 거죠. 그렇게 몇 달이든 혹은 몇 년이든 긴 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읽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보니까요. 06. 물론 이런 책들이 아주 쉬운 글맛으로 읽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총,균,쇠⟫나 ⟪사피엔스⟫보다 내용이 쉬웠고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또 한편 다행이건 현대 독서인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라는 '밀리의 서재'에 무려 이 책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죠. 이 한 권을 위해 6개월 정도 밀리의 서재를 결재해도 크게 손해 보는 게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07. 그러니 혹시 이런 부류(?)의 책을 좋아하시거나 혹은 그동안 두꺼운 벽돌책 앞에 번번이 고배를 마신 분이 계시다면 속는 셈 치고 이 '위어드'를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관념이자 분위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기준들, 나아가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관계적 요소들에 대한 꽤 분명한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