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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리서치에 대한 오해

아무리 설득력 있는 리서치 결과가 나와도 숫자가 덧붙여지지 않으면 ‘그냥 그렇구나’ 라며 넘어가기 일쑤다. ‘영감’이 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반대로, 제 아무리 높은 직급의 사람의 의견도 숫자가 덧씌워지면 한 방에 엎어버릴 수 있다. 고객 중심으로 일하라고 말하고 듣고, 우리들은 고객을 계속해서 만난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고객의 말과 이야기, 즉 정성적인 리서치는 결과는 ‘데이터’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정량적인 데이터는 더 '우수하고 객관적'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고객충성지수, NPS(Net Promoter Score) 설문조사인데, 우리 서비스를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함으로써 제품의 성공 가능성과 매력도를 판단하기 위해 쓰인다. 그러나 서비스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함축해 버리며(추천할 건지 말건지), 인지(Perception)로부터 실제 행동을 추측하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비판을 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20억 명이 넘게 쓰는 Google Drive는 NPS지수가 50점이다. 참고로 IT/Software 평균은 58점. 참고로 펩시는 20점밖에 되지 않으며, 넷플릭스는 고작 13점이다. 심지어, 이 위상을 숭배하는 것에 지쳐버린 Qunatiative Researcher들이 “NPS를 근절하자” 며 [ npsistheworst ] 같은 웹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두 번째는 정성(Qualitative) 리서치와 정량 리서치(Quantitative) 리서치를 ‘데이터의 형태’로 구분 지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적은 수의 주관적인 데이터를 다루면 정성 리서치고 많은 수의 데이터를 다루면 정량 리서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두 리서치의 가장 큰 차이는 데이터의 형태보다는 다루는 방식(Approach)에 있다. 정량 리서치는 객관주의(Objectivism)로, 단순히 많은 수의 데이터를 다루는 것뿐 아니라 데이터 자체를 연역적 추론(Deductive Reasoning)을 위해 다룬다. 일반적이고 당연한 원리로부터 구체적인 사실을 추출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 자체도 이의제기의 가능성이 적고, 설명이 명쾌하다. 정량 리서치를 통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연령대별로 어떻게 나누어졌는지, 각 연령대별로 구매 패턴은 어떤지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월마트는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군을 분석해 ‘기저귀를 구매하는 고객은 맥주를 사는 고객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기저귀랑 맥주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럴 때 정성 리서치, 즉 구성주의 (Constructivism)에 입각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정성 리서치는 정량 리서치와 다르게 귀납적인 추론(Inductive Reasoning)을 즐긴다. 경험으로부터 관찰한 사실에서 보편적인 원리를 이끌어낸다. 기저귀와 맥주를 동시에 구매한 고객들을 만나본 후, 훌륭한 리서처라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알아냈을 것이다.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오후, 아내는 아이를 보는 자신 대신에 월마트에 장 보러 남편에게 연락한다. “기저귀가 다 떨어져 가니 좀 사 와” 그리고 남편은 기저귀를 하나 집어 들고, 퇴근 후 시원하게 들이켤 맥주가 생각난다. 곧장 맥주 코너를 찾는다. 정성 리서치는 수집한 데이터에 맥락과 살을 붙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이해관계자를 설득한다. 단순히 맥주와 기저귀를 붙여놓는 것만으로도 매출을 높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고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주며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아내가 남편에게 ‘장보기 리스트’를 준다는 사실. 단순히 기저귀와 맥주뿐 아니라 기저귀를 포함한 신혼 상품과 ‘남편에게 필요한 물건’을 한 군데 묶어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사실 정성 리서처는 데이터로부터 ‘주관적’인 해석을 하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하나의 데이터는 여러 개의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맥주와 기저귀 사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성 리서처는 뛰어난 스토리텔러이자 동시에 중재가가 되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려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데이터를 그들에게 던져주고 '우리가 같은 그림을 보도록'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고객에 대해 배우고 이해한 것이 '오래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https://brunch.co.kr/@kgbtomas/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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