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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삶기록 (work & life) 607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직장 생활 15년,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마흔이 넘은 아저씨가 느끼고 배우는 현실입니다. 다른 회사는 채용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투자 유치 시리즈 A 단계에 있는 100명 미만 규모의 채용 담당자 4팀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회사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하여 입사 지원자 모수가 적고, 경험과 역량이 풍부한 시니어 인재를 영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이건 회사 규모에 관계없이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긴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어려운 채용 문제를 뛰어난 채용 담당자의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모습이었습니다. 채용 담당자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현란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열심히 인재를 탐색해서 설득하면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민, 토스와 같은 빅 테크 기업을 경험한 분도 모셔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생각이 정말 합리적인 판단일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발전하고 성장을 원합니다. 업그레이드를 좋아하지 다운그레이드를 기꺼이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커리어에서 다운그레이드를 기꺼이 선택해 달라고 설득하면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요? 회사 규모가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이직하면 커리어 다운그레이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직한 회사에서 배울 것이 더 많은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풀어내야 할 것이 더 많은지 여부로 업 or 다운이 결정됩니다. 회사 규모와 인재 밀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창기 회사와 한창 잘나가는 회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점차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인재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는 회사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방법은 미래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설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 채용 담당자가 인재를 영입할 뚜렷한 방법이 있다면 저도 좀 알고 싶습니다. 커리어 코칭을 하다 보면 경험은 많지 않는데 좋은 회사에 가고 싶은 분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 규모가 너무 작아서 불안정하게 느껴지고, 이렇게 작은 회사에 오래 다니면 훌륭하지 못한 경력으로 비칠까 봐 두렵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좋은 회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아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연봉도 시장 평균 이상으로 줄 수 있고, 배울만한 훌륭한 시니어가 있으며, 워라밸도 누릴 수 있는 자유로운 근무 여건을 가진 회사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어서 묻습니다. '이렇게 좋은 회사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요?' 위와 같이 조건 좋은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고 싶은 곳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려고 지원할 테니 경쟁이 치열하겠죠? 날고 기는 분들이 입사 지원할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경쟁하기 위해 내가 갖추어야 할 경험과 역량은 무엇일까요? 채용 담당자 역할을 하면서 자주 경험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서류 전형부터 면접 전형까지 모든 단계를 통과하고 나면 처우를 협의하게 됩니다. 채용 전형 초반에는 뽑아만 주면 무조건 입사해서 최선을 다해 근무할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처우 협의를 하는 순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 더 높은 처우를 받고 싶다는 투철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처우를 조금 더 주지 않으면 입사하지 않겠다는 뉘앙스까지 비칩니다. 마침내 다른 조건은 너무 좋은데 연봉이 아쉬워서 다른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분까지 나타납니다. 돈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비난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내가 바라는 조건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회사가 진짜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많은 부분 기대하는 요인을 만족한다면 1-2가지 조건은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절대 이것만은 포기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있다면, 아예 시작 단계에서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가정과 직장,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순간에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마치 내가 원하면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요즘 깨닫고 있는 사실은, 제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과 대단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특별해지고 싶고, 대단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살자는 것이 오늘 교훈은 아니고요. 특별할 필요도, 대단할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가정을 이루고, 훌륭한 사람들과 직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어딘가 더 좋은 사람들과 대단한 곳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 같은 것입니다. 유니콘 기업에 다니는 것이 행운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만족할 수 있는 행복한 마음이 중요합니다. 일확천금, 부귀영화를 노리지 마시고 지금 현재에 만족하면 좋겠습니다. 나를 인정해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내 주변 사람과 내가 머물 수 있는 곳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산 만큼 받은 것이죠.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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