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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엔 '작은 철학'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01. 한 달에 한 번씩 정기모임을 가지는 독서 클럽을 운영 중입니다. 이번 모임은 '철학'이라는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죠. 얼마 전에도 짧은 글을 통해 간략히 소개 드렸던 ⟪스토아적 삶의 권유⟫라는 책을 함께 읽고 기획을 하는 사람들에게 철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나아가 우리 삶에서 철학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02. 당연히 결론이 지어질 리는 만무합니다. 애초에 정답을 찾기 위해 모이는 자리가 아닐뿐더러 특히 이번에 다룬 철학이라는 키워드는 더더욱 답을 정할 수 없는 문제니 말이죠. 그래서 모임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독후감에 대해서도 다 같이 다음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써보기로 했습니다. '나의 인생 전체에서든 혹은 비교적 최근이든 간에, 나에게 가장 좋은 영향을 준 사람, 컨텐츠, 장소, 기억 등 중 하나를 골라서 그 사연을 소개하는 것'이었죠. 03. 독후감에서도 그렇고, 실제 모임에서 멤버분들과 나눈 얘기를 통해서도 그렇고 한 가지 공통되게 느낀 것이 있다면 역시 철학은 담대한 이론이기 이전에 실생활에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개념이자 필수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스토아적 삶의 권유⟫란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도 바로 '우리는 철학을 병에 걸렸을 때 복용하는 약이 아니라 매일 바르는 로션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문장이었거든요. 04. 혹시 'Dynamic Stability'라는 개념을 아시나요? 원래는 항공역학에서 탄생한 용어로 우리말로는 '동적 안정성'이라고 번역되는데요, 변화가 요동치는 환경 속에서도 최대한 균형과 평온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바로 'Dynamic Stability'라고 합니다. 즉, 비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각종 외부 환경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동체 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기도 해야 하고, 맞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긴 동선으로 선회하기도 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일부러 선체를 흔들어 구름 사이에서 시야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운동 속에는 늘 엄청난 소요 사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그런 와중에도 균형을 이루려는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Dynamic Stability'의 본질입니다. 05. 저는 철학이야말로 'Dynamic Stability'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저 가르침을 삶의 기준으로 삼겠어!' 같은 거창한 포부가 아니라 '와씨..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닐까.. 어떤 수를 써서든 일단 나부터 좀 살고봐야겠는디...'라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순간마다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게 바로 철학일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그러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류 최대의 난제는 '요동치는 이 하루하루 속에서 무엇에 기대어 균형을 잡아볼까'라는 질문과도 같다고 봅니다. 06. 때문에 저는 '작은 철학'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철학이라고 부르지만 결국 그 안에는 철학과 결을 같이 하는 정말 많은 단어들이 숨어있습니다. 사상, 신념, 교리, 가치관 같은 단어가 있나 하면, 목표, 마음가짐, 자세, 행동 같은 단어들도 있죠. 이 개념들의 공통점은 결국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고, 조금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들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철학이라고 봐야 하고, 그중에서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는 건 또 '작은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07. 그래서일까요. 한때는 철학을 날 것 그대로 받아들여 보겠다고 어려운 서적들을 싸매고 끙끙거려 본 시간도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그런 부담감을 좀 내려놓고 이른바 '철학 소매상(?)'들이 말랑말랑하게 재해석해 주는 대중적인 철학 해설서들도 많이 읽어보는 편입니다. 비교적 쉽고 재미있으니 제 삶에 하나씩 끼워 맞춰 보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실제 철학자가 주창한 개념과 이를 중간에서 해석해 주는 작가가 따로 있으니 그 사이에서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발견하기도 하거든요. 내가 직접 요리할 재주가 없다면 누군가가 반조리해 준 것을 가지고 맛있게 잘 섭취하는 게 현명한 것이죠. 08. '철학이 위로가 된다'는 말은 제법 흔한 말이지만, 이 말을 바꿔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저는 이렇게 고쳐보고 싶습니다. '작은 철학으로도 꽤 큰 위로가 된다'고 말이죠. 철학 배워서 뭐에다 쓰냐는 말은 늘 철학을 공격하는 질문이었지만, 저는 철학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당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Dynamic 하게 요동치는 삶에서 내 몸 하나 부지하는 지푸라기가 되어 주는 게 어쩌면 철학인지도 모르거든요. 그리고 급하면 급할수록 빠르고 쉽게 의지할 수 있는 걸 찾게 되는 것처럼 언제든 삼킬 수 있는 작은 철학들을 내 주변에 뿌려 놓고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나만을 위해 커스텀 된 철학으로 말이죠. 09. 그러니 새로 시작하는 이번 주에는 서점에 들러 꽤 만만해 보이는 철학 책 한 권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의외의 포인트에서 우리 삶의 균형과 평온을 가져다줄 구원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거니 말이죠. 아! 때마침 상반기의 마지막 주기도 하니 거창한 목표 세우는 대신 '하반기는 (속는 셈 치고) 이 사람의 철학에 기대 한 번 살아볼까'하는 기회를 엿보는 것도 제법 괜찮은 도전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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