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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이동시켜주는 사람들

01. 존경하는 멘토분과 커피챗을 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날이었습니다. 좋은 사람과 좋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늘 감사한 일이고, 그 속에서 또 새로운 좋은 생각들이 펼쳐진다는 건 행운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죠. 특히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가 비슷할 때는 정말 남다른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저 머나먼 타국 오지의 이름 모를 마을에 불시착을 했는데, 손짓 발짓 다 써도 의사소통이 안되는 그 순간 어디선가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 나타난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언어의 결이 맞는 사람과의 대화는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갈증을 해소해 주기도 합니다. 02.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한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참고로 제가 함께 대화를 나눈 이 분은 엄청난 에너지로 여러 사람들의 장점을 빠르게 연결시켜 새로운 시너지가 터지게끔 하는 능력이 탁월한 분이거든요. 특히 회사를 비롯한 조직에서도 이러한 역량은 아주아주 중요한 것이니 당연히 '어떻게 해야 좋은 연결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03. 저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행위가 그저 '오 나 너랑 잘 어울릴 사람 알아. 같이 뭐라도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라는 식의 유쾌한 사회성을 기반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간에 누구와 페어링이 되었을 때 멋진 만남이 성사될지를 고민하는 건 매우 멋진 태도죠. 하지만 사물과 달리 사람 간의 관계를 연결한다는 건 비단 적극성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더라고요. 04. 그보다는 아주 미세하게나마 서로의 관점을 이동시켜 줄 수 있어야 더 좋은 연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두 사람을 연결해 준다고 가정해 보죠. 우리야 이 두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고 또 나와 함께 한 시간이 일정 수준 이상이니 상대방에 대한 예측과 기대 역시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연결의 대상이 되는 두 사람은 아무리 사전 설명을 충분히 들었다고 해도 상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주선자가 호들갑(?)을 떨며 '이 만남 꼭 보고 싶었다'고 극찬을 해도 당사자들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을 확률이 높죠. 어디서부터 생각을 맞춰가야 하는지 감이 서지 않는 겁니다. 05. 관점의 이동이 필요한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서로를 연결하려면 우선 조금씩 방향을 틀어서 같은 곳을 바라보도록 해야 하거든요. 때문에 두 대상이 만나는 그 순간에는 각자의 신변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아니라 특정한 주제를 기반으로 서로의 생각을 내어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친구는 양식을 전공한 요리사고, 이쪽은 중식을 전공한 요리사야. 둘은 요리사니까 잘 통할 거야'라는 방식 대신, 양쪽 모두가 잘 먹을 수 있는 음식 하나를 주문해놓고 그것에 대한 평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방식을 써야 하는 거죠. 그렇게 서로가 음식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을 이해하다 보면 본인이 상대를 향해 어느 정도 각을 틀어야 하는지 대충 계산이 서니까요. 06.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의 이질감에 사포질(?)을 해줘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이건 오늘 함께 이야기를 나눈 분께서 해주신 말씀인데요,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해도 서로가 너무 매끈하고 반질반질하면 면(面) 대 면(面)으로 맞붙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제가 선의 개념으로 두 사람을 연결하려 했다면 이 분은 면의 개념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생각하신 거죠.) 그러니 때로는 그 사람들이 가진 각각의 면에 적당한 마찰력이 생기도록 표면을 갈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서로의 겉을 감싸고 있는 단단함을 살짝 걷어내 그 속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07. 하지만 이 역시 관점의 이동과 맞닿아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사례가 서로 한 가지 방향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이동이라면, 이번의 경우는 각자가 가진 표면의 꺼풀을 하나씩 걷어내는 방법이니까요. '이럴 땐 이런 생각과 행동이 필요해'라며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의 빗장을 풀고 서로를 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요리사 vs 사업가의 만남을 성사시킨다고 가정하면 요리사는 요리사로서 가진 시각을 조금 내려놓게 만들고, 사업가는 또 비즈니스 관점의 시각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거라 할 수 있겠네요. 이러면 서로 미끄덩거리기만 하던 그 표면 사이에서 조금씩 끈끈한 마찰력이 발생하는 법이니 말이죠. 08. 그러니 연결자(connector)라는 존재는 어쩌면 연결하는 대상을 물색하는 사람이 아니라,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내가 몇 쌍을 성공시켰는지 알아?'가 아니라 '내가 이번에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시켰는지 알아?'가 핵심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덕분에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저 스스로에게도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나는 연결자인가 아닌가', '연결자라면 어떻게 사람들의 관점을 이동시켜 줄 수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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