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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를 위한 책 - vol.12 ]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 이럴 때 추천해요 : "공간을 통해 의미를 구현하는 사람들의 세계가 궁금할 때" 01. 근래 3-4년 동안은 유독 스몰 브랜딩과 공간 브랜딩에 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중에는 좋은 인사이트와 경험을 전달하는 책도 있었고,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단순 홍보하기 위해 과하게 의미 부여한 책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죠. 그래서 늘 이런 류(?)의 책들은 호기심 반 우려 반으로 책장을 열게 되는 것도 같아요. 02. 오늘 소개해 드릴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이란 책과의 첫인상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첫 챕터를 읽고 나서는 다행히 그런 걱정들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단순히 공간의 특징만을 소개하거나, 적어도 범위를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결과물을 '브랜딩'이라는 말로 퉁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거든요. 대신 각각의 공간과 브랜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고, 이를 위해 무엇에 집중했으며, 그걸 어떻게 구현하고 전달하고 있는지, 나아가 어떤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단계별로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한마디로 좋은 책이라는 얘기죠. 03. 저는 공간이 주는 경험은 여타 다른 브랜드가 주는 경험과 또 다른 차원의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물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거나 현장에서의 받을 수 있는 깊이감 때문이라기보다는, '구현(具現)'이라는 가치가 그 무엇보다도 큰 작업이라서 그런 건 아닐까 싶어요. 아무리 비싼 땅에 들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때도 있고, 디자인적으로는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구성인데도 '차갑다', '과하다'와 같은 반응들이 터져 나올 때 보면 공간 브랜딩이라는 건 기획한 사람의 의도가 그것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경험 속에서 완벽히 구현되어야 하는 프로젝트구나 싶을 때가 많거든요. 04. 그래서 저는 이 책이 나온 타이밍이 참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주변 지인들을 만나다 보면 성수동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이번 주에 성수동에서 열리는 팝업만 60개래'부터 '근데 대체 거기는 그런 공간을 왜 만든 거래?', '어? 나 여기 가봤었나? 아닌가? 이젠 어딜 갔는지 안 갔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사진 찍고 인스타 올리면 준다길래 참여한 거야'까지 공간이라는 존재가 구현의 장이라기보다는 눈앞의 목표 달성을 위한 얄팍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데 대한 아쉬움의 반응이 참 많더라고요. 05. 그런 와중에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을 한 장씩 읽어나가다 보니 '맞아. 공간은 원래 이런 곳으로 기능하는 거였지', '와. 나 여기 갔을 때 진짜 이런 느낌 받았는데 기획하신 분들이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구나'하는 공감의 포인트를 여러 군데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정 대상에 대한 피로감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그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는 관점을 제안해 준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니까요. 06. 한 가지 더 장점을 꼽자면 단순히 브랜딩이라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제안과 비즈니스 측면에 대한 어젠다를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아마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팝업 스토어 한 번이라도 열어보신 분들은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들으셨을 겁니다. '왜 우리가 그걸 해야 하는 거죠?' 물론 속으론 '아, 우리도 힙한 브랜드들처럼 좀 재미난 거 한 번 해보면 안 되나요?'라는 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그런 나이브 한 대답은 허용되지 않죠. 투자한 만큼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 공간이라는 매개체로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합의하지 않으면 팝업스토어는커녕 성냥개비 집 하나도 지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07. 그래서 저는 이 책을 그저 핫플레이스의 케이스스터디처럼 다루는 것보다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 브랜딩, 비즈니스 전략을 배운다는 마음을 갖고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속에 담겨 있는 각각의 브랜드, 각각의 기획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어떻게 증명해 내는데 성공했는지에 주목하며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시시콜콜한 수사들로 가득했던 여타의 책들과 분명히 다른 지점의 인사이트를 발견해낼 수 있을 테니 말이죠. 08.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이 책의 컨셉으로 후속작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제주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이란 책도 기대해 보고, ⟪먹는 공간을 만드는 기획자들⟫이라는 책도 바라봅니다. 그렇게 공간에서 구현되는 프로세스를 복기해 주는 책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조금은 더 즐겁고 알차게, 다양한 공간들과 마주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더불어 꼭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간에서부터 발견한 인사이트를 자신의 기획물에 녹여내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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