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만나도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 분들에게
대화의 기술 620 우리는 누군가와 만나면 대화를 나눕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계시나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시대의 화두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나요? 개인적인 고민과 자랑, 생각, 느낌을 공유하시나요? 아님 가십, 농담 등 가벼운 대화를 좋아하시나요?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성격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성격은 알고 있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성격은 보고 들은 것에 대한 본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말하기 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저 같은 성격도 있으실 겁니다. 독일에서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칠 때, 기능을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악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가 있다면 먼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느낌을 떠올려보는 훈련을 받는 것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악기를 먼저 손에 들고 기능을 바로 가르쳐 줍니다. 한국에서 악기를 기능적으로 잘 다루는 신동이 많이 나오는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기능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만드는 교육 철학 덕분에 우리는 남들보다 빠르게 지식을 터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여러분은 자연을 보면 어떤 느낌을 받나요? 아름다운 산과 바다, 푸르른 초원을 보며 ‘자, 이제 사진도 찍고 인스타에 포스팅도 했으니 다음 코스 맛집으로 가시죠!’ 말하고 있진 않나요? 사물과 현상을 보고 느끼고 깨닫게 되는 것을 글로 표현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들어도 할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그 새로운 것에 대한 감상을 충분히 맛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주말이 지나고 회사로 출근해서 동료에게 건넬 수 있는 첫 마디가 ‘주말에 뭐 했어?’ 묻는 질문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MZ 세대들은 개인적인 사생활 묻는 것도 싫어하잖아요. 대신 주말에 경험한 사소한 본인 생각을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그럼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도 같은 경험을 나누게 되거나 ‘뭐야,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고 그래! 당황스럽게’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대화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내놓던 앞으로 계속 내 감상평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럼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생각의 깊이가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오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가족과 이야깃거리가 없다며 서로 딴짓하지 마시고요.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한 생각의 공유가 관계가 돈독해지게 만들고요, 이야기를 나누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우리는 그런 대화를 나눈 경험이 별로 없어서 표면적으로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대화로 말미암아 이전에 알고 있었던 사람을 새롭게 맛보아 알게 되는 기쁨이 생기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