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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브랜드는 살아있는 인격체와 같다. 제품의 물리적 속성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이기에, 브랜드는 인격을 갖춘 사람처럼 이념과 철학이 필요하다. 제품의 차별적 우수성으로만 소비자가 브랜드에

오늘날의 브랜드는 살아있는 인격체와 같다. 제품의 물리적 속성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이기에, 브랜드는 인격을 갖춘 사람처럼 이념과 철학이 필요하다. 제품의 차별적 우수성으로만 소비자가 브랜드에 열광하는 시대는 지났다. 브랜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다움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신념을 말할 수 있어야 소비자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소비자 만족 브랜드 대상을 수상한 브랜드들은 매력적인 자기다움을 표현한 기업이다. 더 많은 공감을 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소비자의 가치에 부합하도록 노력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들 브랜드는 소비자 가치에 부합하는 자기다움,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관된 메시지, 소비자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 철학,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고객의 신뢰를 보유한 곳들이다. 소비자가 불황기에 주머니를 닫는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다. 리서치인터내셔널(RI)에 따르면 이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품질은 같고 가격이 낮은 제품을 찾는다. 불황기일수록 지출한 금액에 맞는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소비자의 심리 변화를 브랜딩에 적용하면, 불황기는 기회가 된다. 어떤 브랜드는 매출 부진의 이유를 불황에서 찾고, 어떤 브랜드는 불황에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 이 차이는 불황기를 맞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가치를 만드는 데 달렸다. 2023년 상반기 최고의 브랜드들은 가치에 민감해지는 불황기 소비자의 심리에 주목했다. 새로운 포지셔닝과 고객 경험, 혁신, 트렌드를 꿰뚫는 콘셉트의 힘을 통해 가치를 새롭게 제안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이 서울 여의도에 세운 ‘더현대서울’의 성공담은 경이롭다. 원래 여의도는 ‘백화점의 무덤’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고급 백화점의 필수 입점 브랜드인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도 없었다. 코로나19가 한참이던 시기에 문을 열기도 했다. 더현대서울은 Trgeting 차별화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 백화점은 보통 구매력이 있는 중장년층이 대상이거나 주변 상권이 조성된 지역에 들어선다. 더현대서울은 MZ세대를 고객으로 선정했다. SNS 중심으로 활동해 영향력과 파급력이 큰 세대라는 점에 주목했다. 더현대서울은 백화점에 통상 입점하는 브랜드 대신 SNS에서 유명한 브랜드로 곳곳을 채웠다. 스웨덴의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알려진 패션 브랜드 ‘아르켓’와 유기농 성분의 뷰티 스파 브랜드 ‘뱀포드’, 스니커즈 중고 거래 브랜드 ‘BGZT Lab’ 등으로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모았다. Positioning도 성공 비결이다. 더현대서울은 상권의 개념을 넓히고자 매장명에서 ‘여의도’를 뺐다. 인천공항과 가까운 서울 서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글로벌 서울의 중심’을 주제로 삼았다. 더현대서울이 들어선 여의도 지역은 원래 주말이면 유령 상권이 되는데, 상권을 확장해 지리적 한계를 돌파했다. 파격적인 공간 구성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더현대서울은 전체 면적의 절반에만 매장을 배치하고 다른 절반은 모두 고객 휴식 공간으로 설계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장을 이기려면, 공간 자체를 체험 공간으로 구성해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한 2020년. LG전자는 ‘LG 트롬 워시타워’를 출시해 시장의 ‘게임체인저’ 자리를 굳혔다. 워시타워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세탁•건조기다. 드럼세탁기와 건조기를 옆으로 나란히 설치할 때보다 제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크게 줄여 효율성을 높였고, 위아래로 배치할 때보단 높이를 낮춰 소비자가 통상 위에 설치되는 건조기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핵심은 워시타워 중앙의 조작부다. 워시타워의 조작부는 분리형 제품보다 100㎜ 높게 설계돼 소비자가 쉽게 기기를 조작하도록 했다. 이른바 ‘Unmet needs•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채워 매해 30%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이뤘다. 토스뱅크는 발상의 전환으로 혁신을 일궜다. ‘선이자 정기예금’이 대표적이다. 토스뱅크는 금융시장의 후발주자인 인터넷 은행이다. 수신예금의 86%가 불안정한 요구불 예금이었다. 토스뱅크는 예금상품의 구조를 안정적인 정기예금으로 바꿔야 했다. 아이디어는 ‘일수놀이’로 불린, 사금융에서나 가능했던 선이자에서 나왔다. 선이자 정기예금은 토스뱅크가 금융사 최초로 선보인 서비스다. 가입과 동시에 연 3.5% 금리의 이자를 미리 지급하는, 국내 은행에선 볼 수 없었던 혁신적 서비스이다. 토스뱅크는 이 상품으로 수시입출금 비중을 줄이고 정기예금 비중을 높였다. 기존 사업자들이 구축한 ‘정기예금’의 이미지를 깨고 브랜드 혁신을 실현했다. 고정관념을 비틀고 새로운 서비스 가치를 부여하는 브랜딩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자기다움’을 각인하는 강력한 무기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이후 16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브랜드 ‘처음처럼(새로)’로 소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 소주 시장은 오랜 시간 하이트진로의 독무대였다.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을 시장에 안착시키며 점유율을 60% 중후반까지 확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새로를 출시해 하이트진로가 지배해 온 소주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놀랍다. ‘목 넘김이 부드럽다’, ‘알코올 특유의 향이 적다’는 입소문을 타고 새로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소비자들이 과당이 들어간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해 이를 소주에 바로 반영했다. 주력 사업인 음료 사업에서 ‘과당을 없애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제로 슈거 소주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물리적•심리적으로 새로운 콘셉트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끄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투자자에게 메일을 보내 “수영장에 물이 가득 찼을 때는 알 수 없지만, 수영장의 물이 다 빠진 후엔 누가 발가벗고 수영장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비로소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좋은 브랜드는 불황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와 감동적인 메시지를 만들고,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한 브랜드에 경의(敬意)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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