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가 코스요리라면, 글쓰기는 건축물이 아닐까요?
강의 자료를 준비할 일이 있어서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있는데요, 같은 콘텐츠 작업이라서 비슷할 것이라고, 관련 주제로 글을 써왔으니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말하기와 글쓰기의 다른 점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말하듯이 글쓰기’를 즐기는 편이여서 거침없이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것을 즐겼는데, ‘발표’나 ‘강의’는 또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말하기와 글쓰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을 비유를 통해 탐구해볼까 합니다. 어떤 콘텐츠든 기본적인 뼈대, 즉 스토리라인이 필요합니다. 구조를 짜는데는 정말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흐름이 필요하죠. 아이데이션을 한 후에 뼈대를 짜는 작업을 아웃라인(outline)이라고 한다면 이 선(line)의 흐름과 구조는 두가지에 의해 결정될 것 같아요. 첫째는 전달자(필자, 화자)의 사고의 흐름이며, 둘째는 수용자(독자, 청자)의 사고의 흐름이죠. 글쓰기든 말하기든 전달자의 관점에 더 가까운 스토리텔링 방식도 있고, 수용자의 사고 흐름과 더 밀접한 것도 있을 겁니다. 생각이 나는대로 마구 쏟아내는 것은 전자일 것이고, 특정한 니즈나 관심사를 가진 수용자를 위해 흐름을 미리 아웃라인하여 설계한 것은 후자이겠지요. 북토크나 인터뷰는 조금 더 전자에 가까울 겁니다. 즉흥성이 살아있으니까요. 강연, 강의, 발표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즉흥성이 살아있다면, 그것은 ‘구조화’되고 ‘훈련’된 것이 아닐까요. 스탠드업 코미디가 즉흥적인 것 같지만 코미디언들은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짜서 들어가고 상황과 취향에 맞춰 약간의 변주를 하는 것 같더군요. 구조화된 즉흥성이라, 참 재미있는 테마가 아닐 수 없네요. 즉흥성과 설계의 차이에 초점을 맞춘다면 결국 ‘준비한 시간’에 따라 말하기도 글쓰기도 전달자에 가까운지, 수용자에 가까운지 갈라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말하기와 글쓰기의 차이점을 강조해보자면, ‘시간성’이 아닌가 싶어요. 말하기는 시간의 흐름에 더 강하게 종속됩니다. 전달자도 수용자도 시간을 다시 돌려 뒤로 돌아갈 수는 없죠. 영상을 찍어서 되감기나 다시보기가 가능하더라도, ‘보면서 듣는다’는 행위는 입체적이기보다는 선형적인 것으로 느껴집니다. 즉 3D로 어떤 구조를 만들어간다기보다는, 코스요리처럼 요리를 하나씩 내놓으며 청중의 기대와 감정과 상호작용 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https://blog.naver.com/alburtgrowth/223156499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