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삐그덕거리지만, 목적지까지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것

일삶기록 (work & life) 632 어제는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학부모 참여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나 아빠가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일부 수업에 같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아들이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에 학부모 참여 수업을 경험해 보아서 미리 어떤 분위기인지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휴가가 마이너스 17개라고 하여서 제가 참여했습니다. 학부모 참여 수업에는 보통 엄마들이 옵니다. 정해진 규칙도 아닌데 아빠보다 엄마가 참석하는 확률이 월등히 높습니다. 이날도 다섯 명의 아이들 부모님 중 저 빼고 네 명은 모두 엄마가 오셨습니다. 아빠 여러분 학부모 참여 수업에 당연히 엄마가 참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 아빠의 책임도 있다면, 학부모 참여 수업에 아빠들도 더 많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참여 수업은 영어 시간이었습니다. 한국말로 이야기해도 분위기가 어색한데, 엄마들과 저는 그저 아이들만 바라보았습니다. 선생님이 뭐라고 말을 하면 큰 목소리로 열심히 따라 하는 아이들이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순수한 시절에는 선생님이 무엇을 시켜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데, 조금만 더 커도 이제 많이 안 다고 시키면 하기 싫다고 하는 둥 마는 둥 꾀를 부리니.. 예수님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좋아하셨던 이유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과일을 설명하는 퀴즈를 내달라고 선생님이 저를 지목했습니다. 거부할 수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이들 앞에 섰습니다. 그리곤 딱 한 마디로 퀴즈를 정리했습니다. “This fruit color is yellow.” 정답은 바나나였고, 아이들은 제 이야기를 알아들어 주었는지 정답을 바로 맞추었습니다. 두 번째 참여 수업은 음악 시간이었습니다. 즐거운 음악과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닷속에 사는 가오리가 너무 못생겨서 친구가 없어서 슬퍼했습니다. 고래 아저씨가 가오리 등이 넓으니 친구들을 태워주면 좋아할 것 같다고 조언하여, 그 말과 같이 친구들을 가오리 등에 태워주었습니다. 새우, 꽃게, 조개 등 다양한 친구와 함께 신나게 놀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마친 후 가오리 모양의 튜브를 아이들과 함께 타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제 딸은 가오리 튜브가 무서운지 타기 싫다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가만히 딸을 안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가오리를 바닷속에 넣어달라고 살살 꼬셨습니다. 역시 아이들을 많이 만나고 지내본 베테랑 선생님은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잘 알고 계셨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을 해야 베테랑이 되는 걸까요? 10년 이상 선생님을 하신 분들도 계신데, 저는 한 가지 일을 2-3년 하면 약간 질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직장 생활 15년 가까이 직무를 2-3년마다 바꾸었습니다. 얕고 넓은 지식과 경험은 있지만 선생님과 같이 깊은 노하우는 없습니다. 국수가게에서 40년 동안 국수 면을 만드신 분은 국수에 대한 노하우가 어마 무시하겠죠? 그런 베테랑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마지막 참여 수업 순서는 체육 시간이었습니다. 리듬에 맞춰 신나게 몸풀기 댄스를 했는데, 음악이 약간 트로트 풍이라 신기했습니다. 하긴 아이들도 트로트 좋아할 수 있죠? 제가 너무 고지식한 모양입니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한 체육 활동은 이인삼각 게임이었습니다. 아이 한 발, 엄마 또는 아빠 한 발을 끈으로 묶고 목적지를 걸어서 돌아오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호흡을 맞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서로의 발이 묶인 상황을 말로 설명하여 걷는 것도 그렇고, 어떤 발이 먼저 앞으로 나가야 하는지 서로 다른 마음과 생각을 읽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가족끼리 생각과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직장과 다른 공동체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결코 쉬운 미션이 아닐 것입니다. 당연히 삐거덕거리고 티격태격하는 상황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여 신나게 하이파이브 나눌 수 있게 되겠죠? 참여 학습 순서를 모두 마치고 딸과 친구들, 언제나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께 인사하고 돌아가는 길이 뿌듯하고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알림

알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