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PM을 그만두다.
이번 실험은 실패했다. PM으로 이직하는 날 생각했다. ‘이 직무가 나에게 잘 맞는지 실험해 보고, 1년 뒤에 이 실험이 실패하더라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그렇게 1년이 지났고, PM을 그만두기로 했다. --- 어떤 경험을 했고, 경험을 통해 얻은 것 1. 주니어 PM으로서 도전 금융사에서 3년 이상 상품운영, 기획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커리어패스가 그려지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지만, 금융상품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IT산업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핀테크 PM으로 직무전환을 했다. 제품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가 없었기 때문에, 제품을 기획할 때 구조를 잘못 설계하기도 했고 배포를 앞두고 무리한 업무들을 요구하면서 감정을 소모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들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것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던 점 때문에 훨씬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예를들어 전자제품을 선택하면서도 결과를 먼저 그려보면서 준비해야할 것들을 나열하고, A와 B라는 선택지에 대한 장단점과 그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하니 의사결정이 수월했다. 2. SQL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이전 직장 팀장님이 ‘SQL은 무조건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채용공고를 보더라도 거의 다 SQL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원했고, 자연스레 강의를 듣고 자격증을 땄다. 데이터분석가나 개발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원하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비즈니스 가치와 연결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활용할 수 있었다. 추출된 데이터를 살펴보며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새로운 개선점을 찾는 과정이 즐거웠다. 아이디어 수준에서의 나왔던 개선 아이템들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가설을 뒷받침해주는지 알아보기도 하고, 업무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도 데이터로 임팩트를 산출하다 보니, 서로의 주장에 대해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도 좋았다. 3. 다양한 업무 범위를 다뤘던 경험 입사한지 얼마 안 되어 진행했던 (큰 규모의) 아이템은 약관 개선이었다. 바로 다음달에는 신규 제품 출시를, 그 다음 달에는 내년도 사업계획 구상에 참여했다. 바로 다음 달에는 파트너십 매니저의 퇴사로 인해 파트너십 업무를 함께했다. 그렇게 한 해가 끝나고 백오피스(어드민) 기획, 외부채널 제휴, 의심거래 차단 등의 제품 개선&기획 아이템을 하는 동안, 스쿼드 조직에서 챕터 조직으로 변경과 대표이사 변경 등 외부적 변화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 업무, 저 업무 추가되는 것이 정말 버거웠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얻는 것도 많았다. 백오피스(어드민)는 UX디자이너가 참여하지 않았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사용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아이템이었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제품 사용자가 특정된 상황에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고 기획자의 입장에서만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했던 부분이었다.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는 두려움으로, 프로젝트 중간에는 날카로운 피드백으로 아팠지만, 더 성숙해졌던 시간이었다. --- 아쉬웠던 것과 앞으로 더 잘하기 위해 보완할 것 1. 회사의 핵심제품을 맡기엔 노하우가 부족했다. 회사의 핵심 수익원은 대출비교 서비스인데, 스쿼드 크루들은 대부분 해당 직무에 채 3년이 되지 않은 주니어들이었다. 애자일 제품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전체적으로 부족했던 상황에서 주니어들끼리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만큼의 부담감도 상당했다. 심지어 중요한 제품이다 보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고, 그만큼의 많은 피드백을 받아야 했다. 추후 나의 팀에 주니어PM을 영입할 일이 생긴다면, 같은 팀에서 쉐도잉 기간을 가지고, 작은 개선부터 하나씩 진행하면서 성공 경험을 쌓은 뒤에 영역을 확장하도록 할 것 같다. 2. 끝까지 가본 적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PM은 해내야 했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는 슈퍼스타와 록스타 유형을 나눈다. 슈퍼스타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유형이다. 반면 록스타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기반을 다지고, 꼼꼼함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유형이다. 시장에서 원하는 PM은 슈퍼스타 유형이어야 한다. 물론 평생 슈퍼스타 유형일수만 없으며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고 하지만, 나는 슈퍼스타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품을 남들보다 더 잘 만들기 위해 밤새워 다른 서비스를 탐구해 본 적 있나? 메이커분들이 제품 개선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도록 리더십을 보였던 적이 있나? 치열하지 않았었고, 미치지도 않았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답을 얻어가는 과정이었다. 3.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선 공급이 더 필요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Jean Baptiste Say)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대출비교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은 가장 많은 상품이 있는 플랫폼으로 간다. 많은 상품이 있으니 최종구매 전환율이 더 높아질 것이고, 더 많이 쌓인 데이터는 더 많은 공급을 일으킨다. 아무리 사용성이 뛰어난 제품이라고 해도 공급이 있어야 사람들이 이용하고, 더욱 많은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데이터분석의 결과에서도 대출비교 금융사 1곳이 늘어나는 것이 회사의 핵심지표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사용자들의 목적이 명확했기 때문에 사용자를 더 많이 데리고 올 수 있는 제품을 만들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제품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현재 겪고 있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아는 것임을 알았다. ---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제품을 다루는 것보다는 기존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직무전환이 필요했고, BD(Business Devoloper)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PM에서 다른 직무로 전환한 케이스는 흔치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스 해킹'의 저자 양승화님도 PM에서 데이터전문가로 전환하셨다고 한다. 역시나 정해진 길은 없고, 내가 길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정말 되고싶은 PM일 것이고, 내 커리어를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물론 이대로 계속 지내면 업무적 성숙도는 높아질 수 있겠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선택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번 실험의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