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버즈는 정말 친환경 브랜드였을까? : 실리콘밸리 운동화의 몰락
01. 7월 들어 접한 비즈니스 소식 중 가장 안타까운 뉴스는 '올버즈의 추락'이었습니다. 한때는 신발계의 애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던 브랜드였죠. 사업 초창기부터 친환경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자로 등장했고 이후에는 구글의 래리 페이지, 트위터의 딕 코스톨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올버즈를 애용하며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운동화임과 동시에 쿨한 메시지의 상징과도 같이 작용했습니다. 02. 올버즈는 처음부터 (지금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메리노 울이라는 신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운동화를 제작했고, 친환경적인 소재와 제조 공정을 내세워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운동화를 신으면 지구 환경과 동물들의 행복 복지권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켰죠. 제가 킥스타터를 통해 올버즈의 전신이었던 메리노 울 슈즈를 처음 본 게 2015년 말이었는데요, 그 당시에도 올버즈는 기다란 상세 페이지 속 오직 한 가지 메시지만을 전달했습니다. '에코-프렌들리를 기반으로 만든 굿 슈즈'였죠. 03. 그리고 올버즈는 2016년 등장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오더니 불과 2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고, 급기야 2021년에는 공모가 대비 92.6%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나날들이 이어졌죠. 하지만 올버즈에게는 늘 양날의 검과 같은 리뷰가 존재했습니다. 메리노 울이라는 소재 특성상 가볍고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너무 쉽게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고 아주 작은 이염에도 원료가 섬유 속까지 파고들어 세척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었죠. 게다가 사탕수수로 만든 밑창은 성인 평균 몸무게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별다른 이동 없이도 두께가 얇아지는 기현상을 보였습니다. 스포츠 레깅스와 골프화, 이너웨어, 아우터 등으로 확대한 제품 라인업에서도 비슷한 불만들이 속출했죠. 04. 그러다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불어닥친 경제 충격 속에 올버즈는 맥을 못 추고 곤두박질쳤습니다. 작년 여름 직원의 8%를 감원할 때만 해도 여느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와 비슷해 보였지만 올해 들어서 다시 9%의 직원을 감원하고 공동 CEO를 맡았던 팀 브라운이 사임했으며, 끝내 7월에는 (2021년 11월 대비) 주가가 96%까지 폭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죠. 기업의 명운이 수치만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결과를 두고 낙관론을 펼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05.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도대체 왜?'라는 물음표가 끊임없이 따라붙었습니다. 표면 상의 이유는 품질의 부족이었지만 이게 하루아침에 불거진 일도 아니고 자동차나 전자 제품만큼 크리티컬 한 위험을 느끼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궁금증은 증폭됐죠. 그러다 최근에 이어진 기사를 통해서는 친환경 메시지에 대한 올버즈의 진정성이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올버즈가 내세운 것은 친환경이었지만 그들의 사업 행보는 이율배반적인 것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죠. 06. 대표적인 것이 골프 어패럴 사업이었습니다. 팀 브라운은 2021년 올버즈가 골프 어패럴을 출시할 당시 '(골프장 건설을 위해 나무와 산이 파괴된다는 측면에서) 골프는 자연을 훼손하는 상징적인 스포츠로 꼽히는 데 굳이 그 분야로 진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심지어 메리노 울과 유칼립투스 나무를 혼방해 만든 레깅스는 한 번 세탁하면 원료가 뒤틀려 일회용이라는 놀림을 자아냈죠. 또한 일부에선 올버즈가 사용하는 자연 유래 소재들이 오히려 화학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불필요한 자연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평도 존재했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록 올버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죠. 07. 덕분에 자연스럽게 다시 '파타고니아'가 소환되었습니다. 올버즈의 행보와는 다르게 파타고니아는 올해 6월 한 매체가 실시한 조사에서 구글, 애플, 테슬라와 함께 미국인이 사랑하는 5대 브랜드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거든요. 경기 한파 속에 '고쳐서 다시 입자'는 Worn Wear 캠페인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동시에 매출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긍정의 아이러니까지 보이고 있죠. 08. 또한 올 초부터 해외 주요 지점들을 필두로 리사이클링 및 수선 라인업 'Re-Uniqlo Studio'를 선보이고 있는 유니클로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강점인 매장 내 현장 수선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고객 니즈대로 커스터마이징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더는 입지 않는 옷을 기부하면 수선 후 난민 구호 단체에 기부하거나 유니클로 다운 재킷에 필요한 충전재로 재사용하기 때문이죠.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자연스러운 친환경 흐름과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09. 슬픈 얘기지만 사람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자각적으로 브랜드의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브랜딩 된 무엇인가에 지배 당하는 때가 있나 하면 그 브랜딩 된 것을 깨 나와서 객관적인 눈으로 브랜드를 바라볼 때가 있죠. 특히나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는 불황의 시대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진짜'가 등장할 때 이런 현상이 도드라지곤 합니다. 기업과 브랜드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끊임없이 주워 담으며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죠. 10. 올버즈의 사례는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케이스가 다른 친환경 브랜드들에게 좋은 긴장감을 전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렇지만 브랜드에게서 배신감을 느꼈을 때도 사람들은 크게 분노하고 실망하거든요. 특히나 내가 직접 불편을 감수했거나, 다른 제품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선택한 브랜드라면 그 충격은 더 큰 법이고요. 그러니 부디 이런 안타까운 비즈니스 뉴스를 더는 듣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