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CEO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신뢰(信賴)라는 말의 뜻은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여기에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안정성’과 ‘충성심’의 구
많은 CEO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신뢰(信賴)라는 말의 뜻은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여기에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안정성’과 ‘충성심’의 구분이다. 우리는 잘 변하지 않는 사람과 충성심이 강한 사람에게 모두 ‘신뢰’라는 같은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비록 두 가지가 결과적으로는 같은 ‘신뢰’라는 감정을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전혀 다른 차원의 개념이기 때문에 혼동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통계에서는 여러 번 반복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클 경우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영어로 “Reliability”라고 하며, 이 신뢰도가 높을 경우에 ‘믿을 만한 자료’라고 한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서나 감정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하지만 믿을 수 있다는 말을 쓰는 경우가 또 있다. 영어로는 “Trustable”이라는 말로 풀어볼 수 있는데, 이는 정서적인 개념이다. ‘왠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더 나아가서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나를 지지해줄 것 같은‘ 등의 생각에 속하는 믿음이다. 이건 충성도에 더 가까운 개념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우리가 자주 혼동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용하는 말에 있어서도 우리는 전혀 다른 이 두 종류의 차원을 신뢰라는 한 가지의 믿음으로 느끼고 사용하고 있지 않는가. CEO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CEO들이 ‘믿을 만한 사람‘을 중용하기 위해 애타게 찾고 있다. 그런데 안정성에 기반한 신뢰도가 높은 사람과 충성에 기반한 신뢰도가 높은 사람을 혼동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좋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기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혁신적인 일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이들이 조직에서 사고의 전환을 수월하게 해내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 ‘믿을 만한 사람’은 변화를 만들어내기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 반대로 충성심에 기반한 신뢰도가 높은 사람은 어떤가? 오히려 너무 많은 변화조차도 고민 없이 만들어낼 위험을 안고 있다. 적절하지 않거나 심지어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과의 관계가 일이나 사명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에서 CEO의 신망을 받는 사람들이 무언가 극단적인 선택을 너무 쉽게 내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명한 CEO는 나와 내 신뢰를 받는 사람들 사이에 그 신뢰로 인해 놓치는 것들을 알려줄 만한 사람을 하나 더 둬야 한다. 그 좋은 예가 부통령, 부사장 등 이른바 ‘부(副)’ 자가 붙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약점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로 시작하는 사람들에 있다. 효율성과 상명하복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나머지 이들이 가져야 하는 역할을 너무 약하게 설정해 놓았거나, 심지어는 아예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이 해야 할 역할은 CEO의 복제품이나 mini-me가 되는 것이 아니라, CEO가 느끼는 “신뢰”라는 감정을 제어하거나 조언해주는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이다. 지혜로운 CEO라면 자신을 가장 잘 긴장시키는 사람을 ’부(副)‘의 자리에 앉힐 수 있어야 한다.